[MT시평]중국공산당의 고민과 자충수

[MT시평]중국공산당의 고민과 자충수

이상진 전 신영자산운용 대표
2021.10.29 02:06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전 대표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전 대표

중국에 애국주의가 넘친다. 개혁·개방 40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에 중국인민들의 자존감이 치솟는다. 베이징과 상하이등 대도시에는 초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고속열차가 전국을 종횡무진 달린다. 구매력 평가로 비교한 GDP(국내총생산)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10년 전만 해도 싸구려 제품을 만드는 세계의 하청공장에 불과했지만 이제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미국과 패권을 다툰다. 당연히 군사대국으로서 위상도 대단하다. 남중국해는 사실상 중국의 지배 아래 들어갔고 머지않아 세계 최강의 미국 7함대를 하와이 동쪽으로 밀어낼 기세다. 때마침 개봉한 6·25전쟁 때 미군을 패퇴시킨 국뽕영화 '장진호'가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한 꺼풀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보인다. 우선 자본주의 국가 중 최악의 소득불평등 국가라는 미국보다 더 심한 빈부격차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100대 부자 중 중국인이 거의 25%를 차지하지만 인구의 50%인 7억명이 월소득 200달러로 살고 있는-전형적인 제3세계 후진형 경제구조다. 여기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은 평등한 사회를 주장하는 사회주의 체제로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다. 또 최악의 환경오염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중국인 100만명이 호흡기질환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부분 중국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중국공산당이 다급하다. 하루아침에 과외와 게임을 금지하고 퇴폐연예인을 퇴출하는가 하면 국뽕 가요와 영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중화정신을 좀먹는 한류는 철저히 봉쇄하고 정신개조를 위해 유치원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교육을 도입한다. 한편 집값을 잡기 위해 30년 가까이 중국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한 부동산 개발에 급브레이커를 건다. 또 탄소배출을 줄인다고 단전을 무릅쓰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단축한다. 부작용도 크다.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자 헝다그룹은 사실상 파산이고 전력부족으로 중국 전역에서 양초가 동 났다. 기업가들은 졸지에 인민의 적이 돼 언제 재산을 뺏길지 전전긍긍한다.

우리에겐 웬지 친숙한 그림이다. 수십 년 전 군사독재 시절의 데자뷔 같다. 과외를 금지하고, 장발과 짧은 치마를 단속하고, 불건전 가요를 퇴출하고, 반공영화를 단체관람했다. 강제로 언론을 통폐합하고 수시로 기업인들의 군기를 잡아 정치자금을 뜯어냈다. 그런데 아시아 맹주에서 세계 패권을 넘본다는 14억대국이 취할 정책치고는 정말 민망하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그만큼 초조하고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어쩔수 없이 중국과 연리지 관계가 돼버린 우리로서는 중국의 상황에 촉각이 곤두선다. 하지만 21세기 문명화에 역주행하는 중국의 자충수가 우리에게 불리할 게 없다. 중국공산당도 기로에 섰다. 자유시장경제와 공산체제의 공생은 소득 1만달러까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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