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거세다. 연일 ESG 관련 언론기사가 보도되고, 유튜브와 TV 예능프로에서도 ESG가 등장한다. 금융에서 시작된 ESG 바람이 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우리는 올바른 목표를 향해 잘 달려온 것일까? 최근 기업의 ESG평가등급을 언급하는 언론기사들이 종종 눈에 띈다. 기업의 ESG경영 수준이 직관적으로 보여지기에 ESG평가등급은 언제나 이슈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기업의 ESG 경영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ESG 등급만 주목을 받는 듯하다. 등급이 낮은 기업은 ESG경영을 못 하는 나쁜 기업으로 치부된다. 많은 기업들이 ESG평가등급 높이기에만 집중하는 이유이다.
ESG평가등급이 높으면 ESG경영을 잘하는 것일까? 동의할 수 없다. 첫째 이유는, 평가등급이 기업의 ESG경영 수준과 성과를 온전히, 투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간한 미국 주요기업의 3개 신용평가기관과 5개 ESG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이 여실히 보여준다. 동일 기업에 대한 3개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점수는 비슷했지만, 5개 ESG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은 큰 편차를 보였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ESG평가등급을 신뢰할 수 있는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
둘째 이유는 ESG평가지표의 한계가 아직은 많다. 다수 평가지표가 ESG 관련 조직·규정·정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만 물을 뿐 얼마나 이행했는지에 대한 '수준과 정도'는 묻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기업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만들기만 하고 정작 그 운영은 소홀히 하는 문제가 생긴다. 위원회에서 무엇을 의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본질을 망각하고 형식에만 치중한 결과다.
또 평가지표가 '리스크 관리' 항목은 잘 담고 있지만 '지원노력' 평가에는 인색하다. 일례로 평가에서는 공급망의 ESG경영 여부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공급망 내 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얼마나 돕고 있는지는 보지 않는다. 대기업의 공급망 내 중소기업 ESG관리가 '지원' 보다 '평가'에 방점을 둔다. 경영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ESG라는 파도에 좌초되지 않도록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도와줘야 한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기업이 ESG경영 진정성과 본질에 대한 고민없이 전문컨설팅사를 통해 고득점 올리기 단기속성 과외에 집중하는 한 ESG평가등급은 앞으로도 ESG워싱 수단의 좋은 표적이 된 것이다.
왜 ESG경영을 해야 하는지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수단만 보고 있는 견월망지(見月忘指) 상황이 지금 우리 모습은 아닐지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우리 기업의 ESG경영 본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당장 ESG 평가등급이나 점수를 높이는 길이 아니라 해도 기업의 핵심가치에 부합한다면 우리는 그 ESG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ESG평가등급만을 쫓고 ESG를 대외 홍보 수단으로만 보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경영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