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21세기 청년의 시대정신

[투데이 窓]21세기 청년의 시대정신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2022.03.18 02:05
임대근 교수
임대근 교수

역대 최악이라던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근소한 차이로 당선과 낙선이 갈렸다. 청년의 표심이 주목받았다. '이대남' '이대녀'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갈라치기'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녔다. 청년은 미래 가치를 만들어야 할 존재다. 우리의 미래를 갈라놓으려는 시도가 우려스럽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21세기에 태어난 청년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세기의 전환'에 대한 생각은 중요하다. 세기란 물론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개념이다. 우리가 서력 기원을 받아들인 뒤 '20세기 의식'을 갖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21세기 의식'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21세기는 우리가 자각적으로 맞이한 첫 번째 '세기'였다.

그렇다면 동시대 사람은 셋으로 나뉜다. 20세기에 태어나 20세기만 경험한 사람,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사는 사람, 21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사는 사람. 이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은 세 번째 부류다. 21세기 청년은 이제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세기의 전환은 지나간 가치를 취사해 계승하고 다가올 미래를 선택해 기획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한다. 20세기에도 청년이 있었다. 그들도 세대를 이으면서 세기의 가치를 만들어왔다. 20세기 전반까지 우리는 식민의 역사를, 20세기 후반엔 전쟁과 독재, 성장의 역사를 동시에 경험했다.

100년 전 이 땅의 청년은 빼앗긴 조국을 보며 '민족'과 '독립'이라는 가치를 기획했다. 그 가치가 빛을 발한 것은 세기의 시간이 절반쯤 됐을 무렵이다. 민족과 독립이라는 가치는 여전히 온전한 실현을 기다린다. 그러나 식민을 겪어보지 못한 후대의 청년에게 민족과 독립은 추상적 대상이 되고 말았다.

70년 전 이 땅의 청년은 분열된 겨레와 나라를 보며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기획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자라난 청년의 가치는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민족과 독립이라는 가치를 안으로 품으면서 새 시대를 이끌어갈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전쟁을 겪지 못한 후대에게 평화와 통일은 내면화하지 못했다.

50년 전 이 땅의 청년은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와 '정의'의 가치를 기획했다. 윗세대가 기획한 가치가 무르익기도 전에 새로운 미래 가치가 중첩됐다. 민주와 정의라는 가치가 그나마 가시화한 것은 30년 세월이 흐른 뒤다. 독재를 겪어보지 않은 후대에게 민주와 정의는 이미 주어진 당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치들은 때로는 마치 완성된 듯한 착시에 의해 시대의 주변 담론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덜컹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20세기 청년이 기획한 가치들은 더욱 완성도 높게 실현돼야 한다. 세기의 전환기를 살아온 이들은 이제 '중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새 시대가 이런 가치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1세기 청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이 시대 청년은 비록 20세기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민족, 독립, 평화, 통일, 민주, 정의를 모두 아우르면서 새로운 가치를 기획해야 한다. 새 시대를 이끌어갈 청년의 기획이 혐오, 배제, 차별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혐오와 배제, 차별은 대상을 끝없이 분할하면서 나와 세계를 좁은 틀에 가둬버린다.

21세기 청년은 타자를 '환대'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를 기꺼이 내줘야 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를 내치면서 '우리'만 잘살 수는 없다. 그들과 더불어 '연대'해야 한다. 미래 가치를 위해 손에 손을 맞잡아야 한다. 연대를 통해 서로 '돌봄'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돌봄'은 이제 함께 성숙하기 위해, 더욱 인간다워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가 됐다. 21세기 청년은 '갈라치기' 따위의 수준 낮은 전략에 현혹되지 않고 당당하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기획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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