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국가채무의 다른 얼굴

[MT시평]국가채무의 다른 얼굴

장보형 기자
2022.03.24 02:05
장보형 연구위원
장보형 연구위원

코로나 위기까지 겹치며 정부 재정수요가 급증하면서 국가채무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조만간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앞두고 과거 남유럽처럼 국가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크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 관리가 오는 5월 출범을 앞둔 신정부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증세가 난망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피할 길도 없는 듯하다.

여기서 정부 재정통계도 여느 회계처럼 복식부기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부채문제를 고민할 때는 그 이면인 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순자산이 마이너스라면, 혹은 부채의 짝이 부실자산이라면 부도위기의 개연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단 정부부채는 모두 금융부채다. 반면 자산은 2가지, 즉 현금이나 투자자산 등의 금융자산과 토지나 시설물, 사회간접자본 및 무형자산 등의 실물자산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공식 국가채무(D1)는 2020년 말 현재 847조원이다. 중앙재정 채무와 지방재정 채무를 합한 값이다. 그리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유사한 기준으로 우리 정부의 금융자산은 835조원으로 집계된다. 국가채무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들어 금융자산보다 부채 증가세가 빠른 가운데 금융자산과 부채 간에 역전현상이 나타난 점은 부담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광의의 국가부채 개념인 일반정부 부채는 2020년 말 1186조원인 데 비해 금융자산이 1990조원으로 훨씬 많다. 단, 통계기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민대차대조표에는 사회보장기금이 포함되는데 정작 부채로는 공무원연금 등의 연금충당부채(1000조원 이상)가 빠진다. 나아가 국민연금까지 포함할 때 장래 연금부담을 감안한 부채가 금융자산을 압도하며 그만큼 금융자산의 효과적 관리의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자산 외에 실물자산도 있다. 국민대차대조표에서 일반정부의 비금융자산(=실물자산)은 3833조원에 이른다. 금융부채의 3배가 넘지만 이중 토지와 같은 비생산자산이 61%를 차지한다. 반면 건설이나 설비처럼 생산적 용도가 큰 생산자산은 나머지 39%, 1510조원에 그친다. 사실 민간부문의 투자기회가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는 그 공백을 메울 생산자산, 즉 공공자본의 역할이 주목된다. 경제가 성숙할수록 부채증가가 불가피하지만 국민복리 증진이나 미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생산적인 공공자본의 효과적인 축적 및 활용이 중요해진다.

우리는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의료서비스 차질은 물론 각종 생필품과 사회서비스의 공급애로 등 이른바 공공재의 공급부족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맞물리며 원자재나 핵심소재의 공급차질도 심각하다. 본래 공공재는 대표적인 시장실패 영역으로 정부개입이 불가피하다. 정부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정부자산의 효과적 활용, 특히 공공재 관점에서 국가경제의 안정과 성장력을 지탱할 공공자본의 관리에도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신정부 출범을 맞아 정말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고민과 해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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