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라면 종교와 정치 이야기 빼고는 대학입시일 것이다. 고위급 인사청문회만 봐도 자녀들 대입 문제가 걸리면 비판의 예봉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조국 사태가 그러했고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나 임명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그렇다.
많은 사람은 아직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부모의 소득격차에 따라 학생의 지식습득에 차이가 난다면 이는 계층이동 사다리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균등하고 공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근간도 흔들리게 된다. 국민은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균등한 교육기회, 공정과 평등원칙이 지켜지기를 염원한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사람들은 분노하고 허탈해한다.
그 중심에 대입이 있다. 우리는 적어도 대입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평등한 논리가 적용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부와 대학은 그간 계층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대입 전형에 지역인재전형도 마련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여러 가지 특별전형도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입을 둘러싸고 정부 관료가 학부모일 때와 공직자가 된 다음에 한 해명 사이에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국민은 분노한다. 학부모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도 공직자로선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대상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장관 후보자나 장관이라면 더하다. 대입이라는 것은 합격자가 한정돼 누군가가 붙으면 내가 떨어질 수도 있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니 말이다.
예전 대입 논술고사에 단골메뉴로 등장한 토머스 홉스의 고전 '리바이어던'(Leviathan)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자연 상태의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개인 입장에서는 자기 이익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그럴 경우 상호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 홉스는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고 했다. 단편적으로 대입이 그렇다. 절대로 타인의 이익과 자신의 손해를 용납할 수 없는 투쟁 상태다. 그런데 그 현장에서 승패가 개인의 노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적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공정성 논란이 지펴졌다. 박 장관 자녀들의 사교육 컨설팅을 두고 말이 많은 이유다.
수시모집이 대세인 현행 입시에서 강남 학부모가 자기소개서나 학생부 컨설팅을 받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교육 불평등의 한 단면이고, 더욱이 박 장관의 해명이 궁색하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MBC 보도에 따르면 박 장관이 자녀의 자기소개서 첨삭을 1회 받았을 뿐이라고 한 해명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교육전문가가 아니어도 그것이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내용을 첨삭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학생부와 관계없다는 출신고교의 해명은 그다음 문제다. 박 장관은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제기된 문제에 관해 사실관계를 솔직히 해명해야 한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박 장관의 재신임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박 장관의 이력을 보건대 일정한 업무능력은 갖춘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가의 앞날을 짊어질 동량을 길러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 개혁과제와 통상 업무가 산재해 있지만 늦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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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신임에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말한 '리바이어던'에서 홉스는 통치권자란 반드시 2가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하나는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이요, 다른 하나는 국민의 동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저런 면에서 국민의 동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안타깝지만 지금까지는 학부모로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으로서 박순애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