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라면과 쌀

[MT시평]라면과 쌀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2.09.19 02:05
김성훈(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김성훈(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경제학 시간에 소득탄력성 강의를 하면서 라면과 쌀을 예로 든 적이 많다. 소득이 오르면 가난했던 소비자가 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던 열등재 소비를 줄이고 정상재 소비를 늘리는 것을 라면과 쌀을 가지고 설명했다.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은 먹는 것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해 쌀과 반찬 대신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소득이 늘어나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식 소비를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는 라면과 쌀의 사례를 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최근 라면 가격이 인상됐다고 한다. 라면을 생산하는 대기업 농심이 1년 만에 라면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11.3% 올리기로 했다는데 신라면 10.9%, 너구리 9.9% 등이다. 업체는 밀가루 등 원자재가격 급등을 이유로 들지만 서민들의 부담이 더해질 것은 당연하다. 가공식품의 가격인상은 라면에 그치는 것이 아닌데 오리온이 9년 만에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파이와 스낵 및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올려 가공식품업체의 원가압박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한편 쌀 가격은 모든 게 오른다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내림세를 유지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격자료에 따르면 이달 쌀 도매가격이 20㎏ 상품 기준 4만5794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해 9월 가격인 5만6917원에서 19.5% 하락한 수준이다. 이러한 쌀가격 하락은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동안 지속돼 쌀 농가들은 '풍년기근'이 재림했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들도 불만을 표하는데 정부가 그동안 유지한 원유가격의 생산비연동제를 10년 만에 폐지하는 결정을 해 농가가 받는 원유가격의 하락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의 가격인상과 쌀과 우유 등 농축산물의 가격하락은 냉정하게 보면 시장의 원리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수입되는 밀가루 등의 원자재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이 올라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계속 찾으면 오른 가격이 유지되고 소비가 감소해 이전보다 구매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제품의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21년 기준 56.9㎏으로 1990년 119.6㎏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우유 소비량 또한 지난 20년간 36.5㎏에서 31.8㎏으로 줄어들어 농축산물의 소비 감소세를 보여줬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쌀과 우유 등 농축산물의 가격방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기적인 가격 급등락에 대한 대응은 효과와 필요성이 인정되나 장기적인 추세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농식품부가 쌀을 재배하는 논의 용도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을 늘리고 원유가격의 생산비연동제를 폐지한 것도 그러한 고민의 결과다. 시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먹거리 공급의 중책을 담당하는 농업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가 보다 진중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