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워비곤호수 효과'와 겸허함

[MT시평]'워비곤호수 효과'와 겸허함

이윤학 기자
2022.10.18 02:03
이윤학 대표
이윤학 대표

'나는 평균 이상이다.' 누구나 쉽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낫고 최소한 평균 이상일 것이라는 믿음은 어쩌면 인간의 속성상 당연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토머스 길로비치는 '자신이 평균보다 낫다고 여기는 경향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라고 했다. 실제 1977년 미국 고등학교 3학년생 10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의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비율이 70%를 넘었다. 심지어 본인의 친화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100%였다는 것만 보더라도 확실히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과신효과(overconfidence effect)가 강한 것 같다.

'워비곤호수 효과'라는 게 있다. 197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미국 라디오드라마에 워비곤호수라는 가상의 마을이 나온다. 이 가상마을의 모든 여자는 아름답고 남자들은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난 것으로 설정됐다. 이렇게 뚜렷한 근거는 없으나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게 되는 자기 과신의 오류현상을 워비곤호수 효과라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요즘 시장 상황들을 보면서 자기과신의 오류와 워비곤호수 효과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우리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과 이로 인한 폭발적인 유동성으로 넘쳐나는 시장을 만끽했다. '서학개미' '동학개미'로 비유되는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까지 거의 모든 시장참여자가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와 있었던 인플레이션 위기와 금리인상 가능성 등 일련의 거대한 변화를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 자기과신의 오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최근 시장의 최대 화두인 기준금리 인상과 거시경제 지표의 불확실성 확대 등 일련의 상황은 소비와 이자 등 당장의 개인지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약 1870조원에 달한다. 연 3% 이자율로 계산해도 이자비용은 연간 56조원 수준이지만 연 5% 이자율로 계산하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94조원으로 38조원이나 늘어난다. 금리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무려 약 67% 증가하는 것이다. 반면 채권 및 주식투자에 따른 수익창출은 전쟁이나 인플레이션 우려 등 예기치 못한 상황 등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해 자본소득 창출은 오히려 악화한 상황이다.

1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주변에 머물렀던 저금리와 유동성, 그리고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자기과신에 취해 최근 빠르게 진행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그리고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와 대비가 너무 늦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을 취하기보다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자기과신과 자기합리화를 떨쳐내고 이제는 겸손의 마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가 자만하지 않되 두려워하지 않음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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