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분기마다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이번 10월 전망에서는 '생계비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인플레 고공행진으로 실질구매력이 위축된 것은 물론 팬데믹 지속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확산이 유가나 식료품 및 원자재가격 앙등을 부추기며 경제성장력 자체를 저해하는 탓이다.
이에 따라 IMF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해 3.2%에서 떨어진 2.7%로 제시했다. 지난 7월의 전망에 비해 0.2%포인트 낮춘 것인데 그보다 앞서 4월에는 3.6%, 1월에는 3.8%였다. 올 들어서만 전망이 1.1%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심지어 내년 성장률이 2%를 밑돌 확률도 4분의1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역성장한 경우를 빼면 2% 이하는 1982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물가도 올해 8.8%에서 내년 6.5%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모두 1996년 이후 최고다. 이런 가운데 IMF는 물가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통화긴축의 지속을 당부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잉긴축(경기침체나 금융불안), 혹은 과소긴축(물가불안과 금융거품)의 위험이 수반되지만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위험이 큰 만큼 과소긴축이 더 문제라고 진단한다. 나아가 재정정책도 통화긴축과 공조를 맞춰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계비 위기의 시대를 맞아 재정정책을 둘러싼 함수관계가 복잡해진 셈이다. 일단 IMF는 재정정책이 물가안정 노력에 배치될 경우 도리어 심각한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울러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항구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수급조절을 위한 가격신호의 역할을 강조한다. 인위적 가격통제나 무분별한 보조금, 수출금수 조치 등이 오히려 에너지 위기를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환경에 경제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게끔 하려면 생산능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언제나 옳은 이야기다.
안타까운 것은 IMF 스스로 토로하듯이 지금처럼 '충격이 만연한 시대'에는 재정정책의 능동적인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팬데믹 공포를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일자리나 소득보전,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지원 등 광범위한 재정지원의 도움이 컸다. 또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재정의 역할도 돋보이곤 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생계비 위기에는 공세적 통화긴축에 따른 이자나 자본조달 비용의 급등에 따른 부담도 크다.
IMF는 더 심각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활용을 자제하고 생계비의 위기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을 역설한다. 얼마 전 영국 새 총리의 파격적인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이 호된 충격을 겪은 점을 감안할 때 재정방만의 대가는 실로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최악 수준의 경제부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 능사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재정의 슬기로운 활용,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효율적인 조율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