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상에 하찮은 생명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곤충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태계 유지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벌도 마찬가지인데 어릴 때 벌에 쏘여본 따끔한 경험만 있는 우리는 벌이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지 못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 Einstein)은 "벌이 땅에서 사라지는 경우 우리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직접 한 말이 아니고 프랑스 양봉업자들이 퍼뜨린 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여하튼 벌은 우리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벌은 꿀과 로열젤리 등을 생산하는 한편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受粉)을 해줘 농작물이 열매를 맺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수분은 사람이나 바람, 새, 기계 등을 통해 할 수도 있지만 벌만큼 잘하지는 못하기에 우리 농업은 벌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작물 중 27개 작물이 주로 꿀벌과 뒤영벌 등의 수분에 의존하는데 딸기, 참외, 수박 등은 벌 수분 의존도가 90%를 넘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농가는 매년 벌을 빌려서 수분을 진행하는데 최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벌이 사라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꿀벌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특히 벌이 겨울을 나는 과정에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않거나 집단으로 죽어 문제가 되고 있다. 양봉업자들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반복되는 벌의 집단폐사로 어려움을 겪는데 지난해 겨울에는 전국 2만7000여 양봉농가의 17%에 달하는 농가가 집단폐사의 피해를 입었고 폐사한 꿀벌이 80억마리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벌이 집단폐사해 농가들이 수분을 위한 벌을 빌려오기 점점 더 어려워져 농산물 생산에도 차질을 빚는 점이다. 특히 수분을 100% 벌에 의존하는 딸기 등의 시설 원예농가는 꿀벌 임대가격 상승은 둘째 치고 꿀벌 자체를 구하기 힘들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해당 농산물의 공급량 감소 및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벌의 집단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여러 전문가가 노력하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벌의 생태교란, 응애류와 말벌 등 천적증가, 바이러스 등 병해충 발생, 농약중독 등 여러 원인을 분석해 대안을 찾고 있지만 양봉업자들은 올해 겨울에도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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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벌이 뭐 대수라고…"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2007년부터 시작된 꿀벌의 집단폐사 현상으로 매년 30%의 꿀벌이 사라지고 캐나다와 유럽은 2012년과 2013년 겨울에 꿀벌이 각각 29%와 20% 감소하는 등 벌의 집단폐사 문제는 세계적 이슈가 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꿀벌의 집단폐사로 벌 수분에 100% 의존하는 아몬드 농업이 붕괴위기까지 내몰려 국가적인 대응을 할 정도다.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벌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