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직장 내 괴롭힘 개정 법률안 유감

[투데이 窓]직장 내 괴롭힘 개정 법률안 유감

양지훈 변호사
2024.12.06 02:05
양지훈 변호사
양지훈 변호사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 조항은 문언 자체로는 괴롭힘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법률이 시행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작업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일정부분 추상적인 법조문에서 기인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실무상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가 무엇인가'와 관련돼 있다. 상사가 퇴근 후 SNS로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오후 6시5분에 보낸 메시지와 밤 10시5분에 보낸 것을 어떻게 다르게 평가해야 할까. 메시지를 한 번 보낸 것과 두 번, 혹은 다섯 번 보낸 것은 또 어떻게 다른가. 업무지시의 대상이 당시 중대하고 필요불가결한 어떤 것이었다면.

법조문은 현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객관적 요건을 강화해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차례 관련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에 따라 괴롭힘 판단기준으로 지속성과 반복성을 법률요건에 추가하고자 하는 것이다(2023년 11월23일자 경향신문 보도).

고용노동부가 용역을 통해 받은 보고서는 일회성이라도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행위와 지속, 반복돼야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구분하자고 제안한다. 이어서 후자의 경우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평균적으로 주 1회 이상 반복되는 행위'에 한해 괴롭힘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폭력과 폭언, 퇴사강요, 부당징계와 같이 외형상 명백히 괴롭힘으로 인정할 수 있는 행위엔 강화된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업무능력 무시, 성과 미인정, 보상에서 차별, 힘든 업무 몰아주기,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 휴가 불승인, 업무적으로 지나친 감시, 회식참석 강요 등과 같이 상사의 업무상 지휘·감독권이 인정되는 부분에 지속성과 반복성 요건을 추가하자는 점에 있다.

개정안이 괴롭힘 행위를 분류하고 요건을 강화하는 취지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엿보인다. 경미한 사안에서도 신고가 남발되거나 심지어 허위신고가 증가해 직장 내 질서가 무너진 사례가 도처에서 발견된다. 한 공공기관에선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신고자와 피신고자로 사건에 연루돼 기관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경우도 있다.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기간 만료 즈음에 괴롭힘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신고자 불이익 처우금지 원칙에 따라 근로계약 연장을 기대하기도 한다. 심지어 상급자가 하급자의 보고서를 공개된 사무실에서 빨간펜으로 수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괴롭힘 신고를 하는 사건까지 접하면 근로기준법 자체가 문제는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분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률이 시행된 후 남용되는 신고와 허위신고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판단엔 괴롭힘 미신고 사례가 허위신고 건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 한국의 직장문화 현실에서 명백한 피해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제도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기업 근로자들은 퇴사를 각오하고 피해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 신고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법률에 따라 고용을 보장받는 공무원이거나 신분이 안정된 공기업, 공공기관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괴롭힘 인정요건에 지속성과 반복성을 추가하는 경우 피해신고를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현행 법률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의 요건강화 개정안이 재고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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