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기고]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2025.04.02 05:49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3월이 하순으로 접어든 시기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악전고투 끝에 거센 불길은 잡았지만 산불이 열흘간 이어져 역대 최악의 피해를 냈다. 산림훼손 면적만 약 5만ha에 이르고, 70명이 넘는 인명피해와 3만명이 넘는 대피자가 발생했다.

주택과 과수원 등 농업시설 피해도 3500여개 소에 달해 기후위기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사과 등 과일 공급은 올해는 물론 장기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불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이번 재난에서 답을 찾아보자.

산불의 발생 원인이 아직 전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기후조건이 3월에 자연발화가 일어날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니다. 직접 원인은 실화와 방화, 즉 인재임이 분명하다. 성묘객의 부주의, 논·밭두렁 태우기와 영농 잔재물 소각, 담배꽁초 처리 부주의 등이 산불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큰 산불이 번져가는 동안에도 그런 부주의한 행동으로 대구의 함백산 등에서 산불이 이어졌다.

일반적 원인으로 시작된 산불이 크게 번지고 대형화한 것은 산지의 건조에서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겨울엔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8도를 밑도는 맹추위와 함께 11월 말 폭설 등 대설이 여러 차례 발생해 겨울 강수량이 많았다. 그런데 산불 발생지역에는 지난 겨울 평년의 5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강수량이 적었다. 산불 발생 시기엔 한낮 온도가 25℃를 넘는 초여름 고온이 이어져 산지가 더 건조해졌다.

아울러 남고북저형 기압 패턴이 자리해 강한 서풍을 만들었다. 산불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빠르게 확산해가며 규모가 커졌다. 이 점이 산불을 조기에 진압할 수 없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남고북저형 기압 패턴은 봄철에서 초여름까지 종종 나타나는 계절적 특성이다. 산불 규모가 가장 컸던 의성과 안동의 산불 현장에선 초속 20미터를 넘는 강풍도 관측됐다. 태풍 발생 선언의 기준 풍속인 초속 17미터를 넘어서는 엄청난 강풍이었다.

초대형 산불로 뜨겁게 가열된 공기가 맹렬하게 상승하면서 주변의 공기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산불 부근에선 강한 바람이 일정한 풍향도 없이 불었고 산불이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방향을 바꿔가면서 맹렬히 확대됐다. 산불의 이런 특성은 진화작업과 주민대피를 힘들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산불발생 건수는 1990년대 100건 정도였으나 최근엔 200여건으로 급증했다. 과거엔 봄과 겨울철에 산불이 집중되었는데 근래엔 봄, 겨울뿐만 아니라 연중 발생 형태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온실가스는 대기의 안정도를 높이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대기가 안정화될수록 상승기류가 발생할 수 있는 폭우 영역은 좁아지고 하강기류가 발생하는 가뭄 영역의 범위는 확대돼 강수가 발생하는 일수도 감소한다. 전 세계의 건조지역인 사막면적이 증가해가는 원인이기도 하다.

건조화는 산불발생을 일으킬 수 있는 기후조건을 만든다. 따라서 산불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를 더욱 엄하게 줄여갈 수밖에 없다. 계도 활동과 처벌을 강화하고 산지의 인간 활동 억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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