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주의 정책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가면도 벗어던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행정명령으로 미국 여행 금지 국가 명단을 발표했는데 마땅한 이유나 근거는 부족하다.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 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은 전면 금지 대상이다. △부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는 제한적 금지다. 미 당국은 "각 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 상당한 테러리스트가 있는지 여부, 비자 초과 체류율, 그리고 추방할 수 있는 국민 수용에 대한 협조 여부가 미흡해 (미국의)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여행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를 살펴보면 어렴풋이 공통점이 보인다. 가디언은 "유색인종, 무슬림, 남반구의 나라"라고 짚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높은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는 식량 위기 국가 목록에 올라가 있다. 신문은 "이들 국가가 겪는 빈곤과 불안정은 주로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개입과 강압을 포함한 제국주의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점령한 아이티,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한 무자헤딘, 미국의 제재 여부가 정권을 뒤흔드는 베네수엘라와 쿠바, 그리고 이란까지. 이 과정에서 겪는 경제 파괴가 이주민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당시 '무슬림 금지령'을 내렸던 걸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당시 하와이주가 '이슬람권 국가 입국 금지는 위헌'이라고 소송을 제기했었는데 연방 대법원은 5대 4의 판결로 결국 트럼프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장은 "(위험 인물 등) 외국인 입국 여부는 국익에 관련된 결정"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걸 기억하고 있는 트럼프 2기는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민자 비율이 높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이는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 작전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불법 체류자를 단속한다는 취지였지만, 점차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감금하면서 거대한 반대 시위를 만났다. 시위대는 트럼프의 의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커다란 멕시코 국기를 내걸고 흔든다. 이민자 2세, 3세인 자기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상징인 동시에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이 이민자를 탄압하는 현재의 부조리함을 비꼬는 의미도 담긴 듯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몰아붙이며 하버드를 뒤흔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종과 성별 등에 차별을 두지 말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DEI(다양성, 평등성, 포용성) 정책을 트럼프는 취임 일성으로 폐기했다. 여기에 반기를 든 하버드를 괴롭히기 위해 트럼프가 선택한 건 외국인 유학생만 표적으로 삼은 비자 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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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일찌감치 트럼프에 대해 "미국을 다시 '백인화'하겠다는 일종의 십자군 운동"이라고 봤다.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은 "캠퍼스와 일자리에서 '우리' 자리를 빼앗은 외국인을 쫓아내자"고 한다. 그런데 과연 자리의 주인은 정해져 있던 걸까. 만약 비운다 해도 '미국인'이 그 자리를 다 채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