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글로벌 앨범세일즈 차트 상위 20개 앨범 가운데 19개가 K팝이었다. 2024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20위에 K팝 앨범이 17개 포함됐다. 국제음반업계에선 K팝이 효자다. K팝은 2023년 1억1908만장, 2024년에도 1억장 가까운 앨범을 판매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판매될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됐다.
이 앨범들은 구체적으론 LP앨범이 아니라 CD앨범이다. CD 자체엔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카보네이트가 사용되고 포장재 제작엔 폴리염화비닐이 쓰인다. 특히 폴리카보네이트는 자연분해되는데 100만년이 걸리는 반환경적인 물질이다. 소각을 통해 제거해야 하지만 소각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폴리염화비닐의 주요 원료인 염화비닐은 재활용이 안되고 소각할 때 유독연기가 나오는데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CD앨범 1장이 탄소 500g을 발생시킨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국내 기획사가 앨범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톤에서 2022년 801톤으로 폭증했다. 2023년엔 1883톤으로 더 급격히 늘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이라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대안은 있다. 콜드플레이는 정규 10집을 140g의 친환경 레코드 재생페트 LP로 제작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래서 플라스틱 25톤을 감축하고 탄소배출량 86%를 줄였다. 국내에서도 QR코드와 포토카드 등만 내재한 플랫폼앨범을 발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CD앨범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는 상황에서 대형 기획사들이 이를 근본적으로 포기할지 의문이다. 앨범 초동판매량이 이후 활동과 수익을 위해 중요하기에 기획사나 팬덤은 판매량을 늘리려고 갖가지 방법을 취하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상술마케팅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앨범 구매목적을 보면 음악감상을 위해 구매하는 이는 5.7%에 불과했다. 수집목적용(75.9%) 굿즈(52.7%) 이벤트 응모(25.4%) 등이 구매동기였다. 여기에서 이벤트 응모라고 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팬사인회다. 앨범 속 응모권을 통해 추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응모권을 위해 수십, 수백 장의 앨범을 개인이 구매한다. 구매량이 많아질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응모권을 얻은 후 CD는 바로 쓰레기가 된다. 기부를 모색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수 임영웅이 피지컬앨범, 즉 CD앨범을 발매하지 않기로 해 화제가 됐다. 앨범을 사진과 글이 담긴 앨범북으로 대체했다. 이유는 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과 환경오염 방지였다. 앨범 신보를 팬들이 경쟁적으로 구매해 시장교란,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탄소배출량을 늘린다. 이미 노래는 CD앨범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됐고 많은 팬이 CD플레이어도 없는데 앨범발매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더구나 이 앨범북은 앨범집계에도 포함되지 않기에 한 사람이 1권 이상 살 필요도 없다. 보통 100만장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인기가수인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K팝 아이돌 기획사 못한 일을 해나가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콘서트 투어의 반환경적인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앨범보다 콘서트 투어가 수익이 더 많은데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심각하다. 그래서 콜드플레이는 친환경적으로 태양열 설비로 콘서트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충당하고 이동할 때 친환경 항공연료를 사용하며 운송수단 자체도 저탄소에 부합하도록 한다. 친환경 음악활동은 시대정신이 됐다. 이를 피해서는 K팝 팬덤의 외연확장을 기하기도, 현재의 브랜드가치를 유지할 수도 없다. '붉은 여왕 가설'처럼 엄청나게 분투하며 뛰어도 제자리에 머무는 세상이다. K팝의 위기를 언급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는데 이런 맥락에서 K팝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