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전공의 돌아와도 전공의 없는 '당직'

[우보세] 전공의 돌아와도 전공의 없는 '당직'

정심교 기자
2025.08.21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대거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전공의들이 '심야 당직(야간 진료)'은 서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들의 요구안을 정부가 상당부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인데 일부 전공의가 복귀 조건으로 당직을 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보장받고 싶어 해서다. 1년 6개월가량 비어있던 전공의 자리가 비로소 채워질 참이지만, 막상 환자들은 마냥 달가워 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까 우려된다.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레지던트 상급연차(2~4년차) 7285명 등 총 1만3498명이다. 이들은 복귀 조건으로 △수련환경 개선·수련 연속성 보장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 협의체 구성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논의 기구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21일 예정된 수련협의체 4차 회의에선 이들 요구안의 구체화 방안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중 '수련환경 개선'의 하나로 일부 전공의가 '당직 서지 않기'를 꺼내 들었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맡아온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야간 당직이었다. 현직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시절 당직을 '당연한 일'로 여기며 거쳐왔다. 하지만 이번 의정 갈등 상황에서 사직한 일부 전공의들은 이번 복귀 조건으로 '당직 제외', '정시 퇴근'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한다. 이에 일부 수련병원에선 사직 전공의의 채용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전공의들은 현행법상 전공의 수련 시간을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주 68시간'으로, 연속근무는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는 등 수련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이 가시화하면서 병원 내 진료 공백과 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졌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전공의 의존도가 40%에 이르러, 근무 시간 단축이 현실화하면 야간 진료 공백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수련 시간을 줄이면 수련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전공의가 복귀 이후 당직에서 제외해 달라면서 수련 환경의 질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데, 그럴 거면 전공의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교수들도 많다"며 "현재 규정인 주 80시간으로도 수련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 68시간 요구까지 들어주면 전문의를 어떻게 배출하느냐는 성토가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당직 공백'을 메꾸기 위한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대거 늘려야 한다는 게 전공의들의 목소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고위험 단기 입원 병동에서는 3형 입원전담전문의(주 7일 24시간 운영형)가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안이 현실화하지도 않은 현시점에서, 당장 당직을 서지 않는 조건으로 돌아오겠다는 엄포는 환자들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준다. 질병은 정규 진료 시간(보통 오전 9시~오후 5시)에만 찾아오지 않는다. 오늘 밤에도, 내일 새벽에도 환자들은 의사의 손길이 '당장' 필요하다. 밤에 아파도 진료받을 권리를 '의사'가 빼앗을 순 없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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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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