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을 위해 뛰는 기업들

[우보세]한국을 위해 뛰는 기업들

유선일 기자
2025.08.25 16:36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조슈아 킴 대령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8.25. bjko@newsis.com /사진=
[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조슈아 킴 대령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8.25. [email protected] /사진=

"재계 지도자가 와서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민관 총력 체제로 한 것은 도움이 됐다."

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 말이다. 그는 "재계분들과 협상 과정에서 긴밀하게 정보 공유나 측면 지원 차원에서 상호 간 협의를 긴밀하게 하면서 민관이 총력을 기울이면서 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 협상에 참여한 것이 한국 측 협상력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후방 지원하기 위해 재계 주요 인사들은 다시 한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삼성·현대차·한화 외에도 SK·LG·HD현대·GS·한진·CJ·LS·두산 등이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말 그대로 재계가 '총력 지원'에 나섰다. 조금이라도 한국에 유리한 협상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협상 결과에 따라 각 그룹은 산더미 같은 숙제를 받게 될 것이다.

재계가 미국 방문 일정으로 분주한 사이 여당은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계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이 쉬워질 수 있다며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여당은 묵묵부답이었다.

여당은 지난 24일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재계는 산업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사회적 대화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유예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달란 요청도 거절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소송 남발 등 우려로 역시 재계가 반대해 온 사안이었다.

재계는 허탈하다.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가 3건의 '반기업법' 통과라는 자조가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 협상 때 궁지에 몰리니까 기업에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더니 뒤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강행 통과시키면서 기업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막무가내식 독주"라고 비판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두 건의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은 기업 경영, 노사 관계에 큰 변화를 수반하는 법안"이라며 "부작용 우려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너무 한 방향으로 몰아친다"고 했다.

재계가 정부 측면 지원에 나선 것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불리함을 줄이고 국익을 지키려는 현실적 목적, 그리고 '사업으로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재계 역할에 '보답'을 하진 않더라도 이들의 헌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업이 성장해야 국가 경제도 원활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새기며 재계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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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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