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나 공원 등 필수적인 도시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나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어떤 개발사업으로 인해 도로가 필요해 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정 사업에 따른 기반시설에 세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선뜻 동의받기 어렵다. 따라서 당사자가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원인자부담 원칙'이 필요하다.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수익자부담 원칙'도 필요하다. 이 두가지 원칙은 서울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도시관리 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부터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기반시설 확보를 위해 사업자가 도로, 공원 등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 공공에 제공하는 기부채납과 정비사업 과정에서 지자체에 시설을 무상귀속하는 제도가 활용돼 왔다. 덕분에 지자체는 부족한 재정 상황에서도 필수적인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서울시가 공공과 민간이 협상을 통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기여'라는 용어가 도입됐다.
'공공기여'란 용도지역 상향이나 도시계획시설 폐지 등 건축규제 완화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계획이득(Planning Gain)'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계획이득은 개발사업 시행 이전에 도시관리계획 변경만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개발이 완료된 이후 산정해 개발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개발이익과는 다르다. 현재 일반적인 공공기여의 의미는 현대 GBC(글로벌 비즈니스 컴플렉스) 부지와 같은 사전협상제 이외에도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한 역세권 활성화사업이나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의 기부채납 의무로 인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여 방법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처음에는 도로, 공원 등 토지만 기부채납할 수 있었으나 2011년 이후부터는 공공청사, 문화시설 등의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 및 기숙사를 포함한 '공공시설등'으로 확대됐다. 2012년에는 사전협상제도 과정에서 해당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에 이미 공공시설 등이 충분할 경우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 방법도 도입됐다. 이에 따라 공공기여 총량이 계산되면 필수 기반시설을 우선 조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시설 또는 건축물을 설치하며, 그래도 남는다면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확보된 시설들은 지역 주민과 시민들을 위한 소중한 공공 자산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증가하는 공공기여 시설들을 초기 검토단계부터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5년부터 '공공기여 통합관리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약 13조원 규모의 600여개 시설과 8000여억원의 현금을 지구단위계획이나 정비계획으로 확보했다.
공공기여는 도시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매우 유용한 장치다. 개발로 얻는 이익의 일부를 공공시설 등으로 조성해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시설 조성으로 사업대상지가 받는 편익도 작지 않다. 계획과 인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한 특혜 논란을 막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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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공기여 제도의 개념은 아직도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민간 사업자가 느끼는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금, 무상귀속, 광역교통개선대책 등과 공공기여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공공시설 설치비 산정기준과 현금 납부 시점도 통일돼 있지 않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공기여의 개념과 기준을 정립해 가면서 도시의 이익을 시민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여는 민간사업자의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도시를 함께 성장시키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