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일상화된 사이드카, '잠시멈춤' 의미 돌아보자

[청계광장]일상화된 사이드카, '잠시멈춤' 의미 돌아보자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6.03.11 03:00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다소 낯설었을 용어가 최근 무척 자주 들려 익숙해질 지경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서 보면, 사이드카는 3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10일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4일과 9일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증시 안정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시장이 급변동, 특히 급락했을 때 잠시 멈춰 냉정히 판단할 시간을 두자는 취지다. 1일 1회 발동하고 동시호가 시간과 일정한 시차를 둔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처음 시행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전일종가 대비 8%, 15%, 20%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2015년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되면서 지금의 3단계 체계로 변경됐다. 1, 2단계의 경우 20분간 매매거래와 호가접수가 중단되고, 3단계의 경우 당일 거래가 완전 중단된다. 미국 뉴욕증시와 하락폭은 다르지만 3단계 구조 등은 유사하다. 선물시장의 경우 발동조건이 다른데, 대략 5분간 거래가 중단되며 급락이 아닌 급등 때도 발동된다.

지난 9일 코스피시장이 8%대 급락함에 따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다. 지난 4일 이후 단 3영업일만이라는 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비교적 사례가 많은 선물시장의 사이드카와는 달리 주식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 사례는 흔치 않다.

서킷브레이커는 2001년 이후 2020년까지 발동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당시 기준 하락 10%) 코스닥이 이틀 연속 발동됐지만 코스피시장에서는 발동되지 않았다. 2008년 10월 24일 코스피가 10.57% 하락했을 때 '1분간 지속'되지 않았고 10월 16일 9.44% 하락 때는 당시 기준 '10% 이상 하락'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9·11테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등 발동 사례가 손에 꼽을만 하다.

2015년 이후 5번의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사례 중 2번이 올해 3월 들어 나타났다. 과거 어느 때보다 테마 및 섹터 ETF(상장지수펀드)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아진 때문도 있겠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변동성지수(VIX) 상승에 대한 우려 보도가 많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단순히 불안감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지난 3~4일의 급락에 이어 5일에는 9.63%의 강한 반등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6300대의 고점대비 20% 가량 조정받은 상황에서도 이른바 '빚투'라고 하는 신용잔고는 33조원 수준으로 오히려 소폭 증가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시장 상황을 과거와 같이 공포가 지배하는 것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냉철한 계산과 분석이 아니라 일방적 낙관과 비관의 시각이 혼재된 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상반된 시각들의 혼재가 결과적으로 변동성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현실은 양극단 사이에서 길을 찾기 마련이다. 비축유 방출 등 각국 정부의 대처 여력도 있고 물밑에서 수많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AI(인공지능) 투자가 급격히 가라앉지 않는 한 반도체 중심의 한국시장 이익전망은 아직 굳건하다. 하지만 중동전쟁이 조기에 종전되더라도 후유증은 길고, 올라간 반도체가격도 언젠가 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다.

시장에 대한 낙관적 시각이 대개 승률이 높지만 때로 열심히 계산하며 배트를 짧게 잡을 필요가 있다. 낙관과 비관을 오가는 극단적 매매에 휘둘린다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 수 없다. '잠시 멈춰 냉정한 판단을 할 시간을 두자'는 시장안정화제도의 취지를 돌아볼 때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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