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31일 1424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8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초 1560원에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9% 가까이 하락했다. 외환위기급 환율 상승으로 물가상승과 급격한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되던 위기를 넘기고 한숨 돌리게 됐다.
이번 환율 하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SK하이닉스가 해외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고 수출 기업들이 대거 환전에 나서 달러 공급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긴축을 이어갈 가능성은 낮아져 달러 강세 흐름이 차단됐다. 여기에 한미일 외환 당국의 동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환율 급등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흐름은 숨 고르기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국장)의 극심한 변동성에 실망해 다시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이란 간 무력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올들어 최대 폭 증가한 것은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환율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외환·금융시장 교란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투기적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외환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밀착 점검하고 금융권의 과도한 외화예금 유치 경쟁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을 통한 외화 수급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증시 안정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그간 고환율을 방어하느라 소진한 외환보유액도 다시 비축해야 한다.
환율 하락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석유, 가스, 식품 기업 등이 환율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도록 유통 구조를 점검하고 공공요금 인상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급작스러운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 위험에 직면한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도 챙겨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환율 하락에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충격에 흔들리지 않게 경제의 내구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야 환율 안정도, 민생 회복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