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힘'만으로 부족하다[기자수첩]

'기업의 힘'만으로 부족하다[기자수첩]

김도균 기자
2026.08.2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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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나라를 먹여 살리는게 아니고 정유도 한국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최근 만난 정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원유 수급이 계속 불안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중동 내 설비가 공격을 받으면서 공급이 끊긴 윤활기유(엔진오일·산업용 윤활유 등의 원료)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윤활기유 수출액은 지난 6~7월 연달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수출을 늘린 결과다. 그간 관련 설비를 고도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키워온 것도 주효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글로벌 시장에 윤활기유를 수출하면서 공급망의 빈자리를 메운 건 '기업의 힘'이었다.

하지만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일은 '기업의 몫'으로 남겨졌다. 일단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는 정유업계에 해당 시장 다변화를 주문했고, 각 정유사들은 앞다퉈 북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기름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원유를 들여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유마다 성상(성질과 상태)이 달라 기존 정유공정에 그대로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여러 곳에서 들여온 원유를 적절히 섞어 기존 설비에 맞는 성상을 만들어야 하고, 현장에서는 원유를 샘플 단위로 배합하는 공정에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가 "실험실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푸념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동보다 먼 곳에서 원유를 들여오느라 운송 비용 부담도 늘었다. 게다가 정부는 원유 도입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을 지난 6월말로 종료했다.

기업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전적으로 기업에 떠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 공급망 불안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기업에만 '알아서 대응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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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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