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전만 해도 아파트단지 첫 삽 뜨고 길어야 3년이면 대개 입주가 가능했다. 주택업계에서 '3년 공식'으로 불렸는데 그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중견 부동산 정보업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입주하는 서울지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대단지 세 곳의 공사기간이 평균 4년에 육박한다. 이 중 '디에이치방배'의 공기는 4년을 훌쩍 넘긴 50개월이었다. 이들 세 곳의 착공~입주 기간은 평균 46.3개월이었다. 지난해 입주한 대단지 8곳의 평균(41.1개월)보다 5개월 이상(5.2개월) 늘어난 수치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개발 갈등처럼 서울의 희소한 주택부지 문제뿐만 아니라 공사기간의 장기화 문제는 '닥치고 공급'을 내세운 정부 기조에 반하는 복병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도 전·월세를 한 번 더 옮겨다녀야 하는 주거 불안과 불편을 겪게 된다.
공기를 줄일 묘안은 찾기 어려운 대신 공기가 늘어날 요인은 차고 넘친다. 강화된 노동 및 안전 규제가 우선 지목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주말·공휴일 작업 제한 등으로 야간·휴일 작업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졌다. 현장 소음,진동 민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혹서기 장기화 등으로 실질 작업일이 확 줄었다.
법정 주차장 면적이 늘면서 지하로는 굴착이 깊어졌고, 위로는 고밀도 개발로 30층 이상 고층화 추세다. 주상복합 단지는 저층부 복합시설 시공 등으로 공정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중동전 등으로 해외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대규모 단지 말고도 수백가구 미만의 중소 아파트까지 공기가 길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공기가 길어지면 근로자 인건비,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비용,주택조합 운영비 등 막대한 추가 사업비가 든다. 공사비 증가를 둘러싼 개발자·시공사 간 갈등은 공사 지연을 또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다.
아파트 산업 관련 주체들은 나름의 제도적·기술적 자구노력을 펼쳐야 한다. 공사 장기화는 실수요자의 입주 지연을 넘어 분양가가 오르고 전·월세 기간이 길어지는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마땅히 근로자 권익을 보장하면서도 AI 스마트 기술 도입과 유연한 현장 운영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데 업계와 당국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