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뷰티라는 이름값

[기자수첩]K뷰티라는 이름값

하수민 기자
입력 2026.11.05 05: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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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장차 영국 런던의 한 화장품 매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별도로 구성된 K뷰티 코너를 둘러보던 중 생소한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직원에게 어떤 제품인지 물었더니 "프랑스 회사가 만든 K뷰티 브랜드"라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K뷰티'는 한국 화장품을 소개할 때 붙이는 수식어였지만 지금은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꼭 한국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한국식 스킨케어와 제품 디자인을 참고하면 'K뷰티'를 붙인다. K뷰티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참고서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의 제품 기획과 소비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성장했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취해 있어선 안된다. 유명해질수록 그 인기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한국 기업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자산으로 쓰인다고 해서 우리 기업에 돈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K뷰티라는 카테고리가 커지는 것과 한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가 한국식 스킨케어에 관심을 갖더라도 실제 구매 단계에서 선택하는 제품은 다른 나라 브랜드일 수 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기업들이 그 성과를 온전히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제자리에 머문 명성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해외 브랜드가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은 물론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K뷰티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대사 역할만 자처할게 아니라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과 정책적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런던에서 확인한 K뷰티의 위상은 분명 달라졌다. 한국 브랜드가 해외 매장에 진열된 것을 보고 기뻐하는 단계는 넘어선 지 오래다. 오히려 현지 기업들이 한국 화장품의 문법을 참고하고 수준이 됐다. 한국이 만든 트랜드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정도다. 다만 그 트랜드를 어떤 기업이 잘 활용하고 성과를 가져가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 한국 브랜드들이 다음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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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안녕하세요 하수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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