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AI(인공지능)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비를 언제 회수할 수 있을까? 요즘 국내외 증시를 흔드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셈법에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변수가 숨어 있다. 바로 AI 서버의 수명이다. 기업이 서버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간, 이른바 '내용연수'(耐用年數)에 따라 빅테크의 이익이 출렁인다.
로이터는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사가 서버의 예상 사용기간을 각각 1년 줄일 경우 2027년 합산 순이익이 약 360억달러(약 50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주가 수준(주가수익비율)이 유지된다면 시가총액도 약 8000억달러(약 1000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버 수명에 대한 판단 하나가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얼마나 크게 좌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서버를 120억원에 샀다고 하자. 6년간 사용한다면 매년 20억원, 4년간 사용한다면 매년 30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한다. 구입비를 예상 사용기간에 걸쳐 나눠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 이것이 감가상각이다.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서버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기존 서버가 예상보다 빨리 경쟁력을 잃으면 기업들이 서버의 내용연수를 단축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감가상각비가 늘어 기업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장부상 비용만의 문제도 아니다. 서버를 실제로 더 자주 교체하면 설비투자가 늘어 현금흐름도 나빠질 수 있다.
주식시장이 AI 투자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는 반도체 수요 증가를 뜻하는 호재였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벌어들여야 할 돈도 많아진다. 서버 수명이 예상보다 짧아지면 투자비를 회수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서버 교체가 빨라지면 반도체 수요가 늘 수 있지만, 교체 비용과 투자비 회수 부담이 커진 빅테크가 신규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 반도체주의 미래는 현재의 판매 호조뿐 아니라 고객사들이 AI 투자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느냐에도 달려 있다.
투자자가 살펴볼 것은 기업의 이익 수치만이 아니다. 영업현금흐름은 본업으로 벌고 쓴 뒤 남은 현금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여기서 설비투자비까지 빼고 남은 돈이다. 순이익이 늘어도 설비투자에 돈을 많이 쓰면 남는 현금은 줄어들 수 있다.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고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있는지 판단하려면 현금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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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에 대한 기대는 크다. 그러나 기술의 성공이 곧 투자의 성공을 뜻하지는 않는다. AI 주식의 가치를 가르는 것은 결국 그 기술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나 많은 이익으로 돌아오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