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같은 결과…서열화만 가속" 주장도
1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0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자료는 그 동안 소문처럼 알려진 학력 관련 상식들을 실증적으로 재확인시켜 줬다. 외고 등 특목고를 둔 시·군·구의 성적이 월등히 높다거나 지역별 학력격차가 상당하다는 것, 남녀공학의 성적이 나쁘다는 점 등이 그렇다.
정부가 수능 성적만 만천하에 공개하고 학력격차 해소방안 등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내놓지 못할 경우 지역서열화, 학교서열화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정책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학교간 차이 최대 73점…학력격차 어찌할꼬= 전년과 마찬가지로 2010학년 수능에서도 지역·학교별 학력격차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개 시·도의 표준점수 평균 차이는 5.5점(언어)~12.8점(수리가)이었지만 232개 시·군·구로 보면 격차는 31.0점(수리나)~44.1점(수리가)으로 크게 확대된다. 개별 학교로 내려가면 격차는 59.6점(수리나)~73.4점(언어)에 달한다. 이는 전년 발표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역간 학력격차가 별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분석 대상에 일반고와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등이 모두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평균 차이가 73.4점(최고학교 127.6점, 최저학교 54.2점)까지 벌어지는 것은 고교 평준화 체제의 근간이 무너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읍면지역의 경우 대도시에 비해 표준점수 평균이 매우 낮게 나타나 보완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 성적이 높은 지역이 대부분 비평준화 지역이거나 외고 등 특목고를 둔 지역이라는 점도 평준화 체제 하에서 학부모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소다. 수능 '1등급 비율 상위 30개 시군구'에 속한 부산 연제·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광주 남구, 경기 과천시 등은 모두 특목고나 자사고를 끼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에는 자사고인 민족사관고가 있고, 충남 공주시는 대표적인 비평준화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립·재수생 우위…"단순통계는 곤란"= 지역별 학력격차 외에 국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사립학교의 수능 표준점수 평균은 국공립보다 언어 2.3점, 수리가 1.8점, 수리나 3.6점, 외국어 3.4점 등이 높았다. 이는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이 대부분 사립고인 점과 사립학교 교사들의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학교 성별에 따라 남녀공학이 모든 영역에서 여고, 남고보다 성적이 저조한 점도 특징적이다. 남고나 여고는 표준점수 평균이 모두 100점을 초과한 반면 남녀공학은 전 영역에서 100점 아래에 머물렀다. 알려진 대로 여학생은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강했고, 남학생은 수리 영역에서 두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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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별로는 졸업생의 표준점수 평균이 재학생보다 전 영역 모두 높게 나타났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상위권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재수생의 상당수가 성적보다는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표준 점수 상위 30개 시군구는 대부분 특목고가 포함된 지역"이라며 "지역적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통계는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같은 결과의 공개가 될 것인데 이 같은 공개로 성적 하위 지역의 성적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지역별, 학교별 쏠림과 공동화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