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멀고 먼 교육자치

[기자수첩]멀고 먼 교육자치

최중혁 기자
2010.05.26 13:47

한국에서 연·월차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월급쟁이가 얼마나 될까. 특별히 사원 복지에 관대한 회사가 아니면 주5일, 출산휴가 등도 온전히 챙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제도가 너무 앞서 나가 현실이 오히려 초라해지는 단면이다.

교육에서도 현실과 제도간 괴리가 큰 영역이 있다. 바로 교육자치 부분이다. 제도상으로는 이미 교육감 직선제까지 왔다. 1인 8표제인 6·2 지방선거에서 시장, 구청장과 함께 교육감도 뽑는다. 교육감 선출방식은 원래 중앙정부 임명제였지만 1991년 지방교육자치법이 제정되면서 간선제를 거쳐 2007년 직선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선제의 토대는 너무나 취약하다. 기자 동료들에게 교육위원과 교육의원의 차이를 물으면 모른다는 대답이 더 많이 돌아온다. 기자 직종이 이런데 다른 직종은 말해 무엇 할까. 교육행정체계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16개 시·도교육청(교육감)-180개 지역교육청(교육장)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도 의외로 모르는 이가 많다.

교육자치 토대가 취약한 것은 일만 터지면 중앙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관행과 무관치 않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자치 활성화 차원에서 초중고 업무를 지방에 대폭 이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성적은 초라하다. 학교폭력 문제가 터져도, 교육비리가 터져도 교과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교육감은 그저 교과부만 바라보고 있다. 교과부 내에서는 '초중고 업무가 되레 늘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러니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어차피 허울뿐인 구호에 불과하므로 '자치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아예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에도 불구하고 '로또선거' 얘기가 나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그러나 현실이 엉망이라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은 주5일이 제대로 안되니 주6일로 돌아가자는 얘기와 비슷하다. 헌법을 바꿀 게 아니라면,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정부도 출범 당시 초심을 살려 중앙집권의 유혹을 과감히 물리쳐야 교육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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