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 '신성장동력'을 찾아라<1>]한양대기술지주회사

한국대학이 위기에 빠졌다. 2000년대 들어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되면서 4년제 대학의 정규직 취업률은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09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등록금 의존율과 낮은 재정자립도도 대학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2009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각각 68.9%와 39.8%로 집계됐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운영수입 대비 전입금 비율이 1%미만인 대학이 전체 대학의 약 37%에 달할 정도이다.
이처럼 성장동력 부재로 허덕이는 대학에 '신(新) 무기'를 갖춰주기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술지주회사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연구성과와 기술을 상용화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신모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대학은 전체 박사급 연구인력 10명 가운데 7명을 점유하고 국가 전체 연구개발(R&D)투자의 10%를 차지하지만 특허출원 점유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박사급 연구인력의 17%를 보유한 기업의 특허출원 점유율이 대학의 10배에 달한다는 점을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처럼 대학이 보유한 우수 인력과 연구역량을 적극 활용해 대학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갖고 2008년 ㈜한양대기술지주회사(HYU Holdings)를 1호로 야심차게 출범시켰다.
◇한양대기술지주회사 "작은 지주, 큰 자회사"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국내 1호 대학기술지주회사로 2008년 9월 설립됐으며 현물 20억9100만원, 현금 20억원 등 모두 40억9100만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했다.
이 가운데 현물은 잡음제거기술과 과학콘텐츠 등 2개로 기술가치가 각각 10억원을 상회한다. 한양대기술지주회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으로 '실용학풍'을 중시하는 한양대만의 우수한 인력 및 기술 인프라이다.
한양대는 국내·외 특허출원건수를 약 3000여건 보유중이며 특허등록건수도 국내·외 1286건에 달한다. 2008년에는 대기업에 57억원 상당의 기술이전을 하는 등 47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66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여 2년 연속 산학협력 최우수 대학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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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재계 동문들과의 협력도 한양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양대는 2009년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등 동문 기업인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하는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설립했다. 대학측은 이 센터를 벤처CEO 양성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이처럼 타 대학과 차별화되는 인프라를 활용해 설립 전부터 보유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한 후 2008년 출범과 동시에 ㈜트란소노와 ㈜크레스코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이처럼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지주회사 자체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철저히 '작은 지주회사, 큰 자회사'를 지향하는 전략을 짰다. 지주회사의 성공여부는 결국 자회사에 달려있기 때문에 자회사의 성장과 성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성균 대표의 경영원칙도 철저히 기술력과 시장성에 근거한 내실있는 자회사 육성에 맞춰졌다. 이 대표는 경영원칙으로 △한양대 핵심기술 기반 △시장 중심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전문경영인으로, 기술발명자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영입 △학교기술에 근거하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및 책임경영보장 △보상의 공정성과 글로벌 지향 등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지주회사의 성공은 자회사가 경쟁력 있는 기술을 많이 보유하게 되면 저절로 따라 오게 돼 있다"며 "지주회사의 규모와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자회사의 내실화에 역량을 결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이는 자회사 기술력
이처럼 자회사의 내실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 만큼 성과도 눈부시다. 설립 1년만인 2009년 이미 62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트란소노는 휴대폰을 비롯한 각종 통신기기의 잡음제거 기술개발이 주 사업영역이다.
특히 트란소노가 개발한 음질개선 기술인 '일렉토복스'(Electovox)는 기존의 하드웨어 방식과 차별화되는 소프트웨어방식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하드웨어 방식은 구조변경이 힘들고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불편이 있다.
이런 기술력에 힘입어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2008년 팬택계열과 '산학협력 및 인력양성 MOU'를 맺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트란소노의 잡음제거 소프트웨어에 큰 기대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 솔루션은 수출용 휴대전화에 탑재돼 지난해 11월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다. 이밖에 체내 지방산을 분석해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 등 건강 컨설팅을 보고서 형태로 공급하는 오메가퀀트아시아, 휴대기기 통신개선에 관한 융·복합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인 크린컴 등 총 4개의 자회사가 설립돼 있다.
◇기술 상용화가 핵심…성공&실패 사례집 발간 추진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국내 1호 대학기술지주회사로서 후발주자들에게 가장 모범적인 지주회사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안고 있다. 기술지주회사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바로 기술 상용화 성공방법에 관한 노하우 전수이다.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이를 위해 2008년 9월 설립이후 약 3년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축적한 기술 상용화 성공과 실패 사례를 매뉴얼화 하는 작업을 거쳐 올 초 기술지주회사 사례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회사가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기술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이를 통해 2020년 이전 매출액 1조원 달성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지주회사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술 상용화 성공에 관한 노하우"라며 "관련 사례집이 발간되고 벤처 펀드 조성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대학기술지주회사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균 대표 "내년까지 자회사 12개 만들것"

이성균 한양대기술지주회사 대표(사진)는 한양대 재료공학과 83학번이다.
1990년 대학 졸업 후 삼성SDS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하다가 1998년 유인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해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했다. 당시 이 회사는 100만명의 이용자를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인수·합병(M&A)됐다.
이 대표는 2005년부터 한양대 산학협력단 컨설팅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 한양대 벤처동문회 부회장과 경영학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한양대기술지주회사가 국내 1호 대학기술지주회사인 만큼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기술지주회사의 성공 여부는 자본규모나 기술가짓수가 아니라 자회사가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초기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성 있는 기술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매년 2~3개 자회사를 설립할 생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2012년까지 자회사 12개, 매출규모 2000억원, 연 100억원의 수익을 목표로 세웠다"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