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국감현장…대책은 없고 뒤늦은 질타만

'도가니' 국감현장…대책은 없고 뒤늦은 질타만

뉴스1 제공
2011.09.30 14:40

명확한 대책 없어…책임 떠넘기기 여전

(무안=뉴스1) 차윤경 기자 전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든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발생 7년 만에 국정감사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은 “부끄럽다”며 뒤늦은 질타를 쏟아냈고, 관계자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30일 전남 무안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전남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질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이날 국감에는 고효숙 현 인화학교 교장 직무대행과 당시 대책위원회 활동을 벌이다 파면된 후 다시 복직된 최사문 교사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 “참담하다” …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질타 쏟아져

의원들은 영화 ‘도가니’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을 의식한 듯 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영진 의원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학부모로 많은 자책감과 책임 느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수수방관만 하고 있던 교육계, 극악한 범죄에 면죄부를 줬던 사법부의 대단히 잘못된 판단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정두언 의원은 “언론에서 이제 와서 웬 뒷북이냐라고 하는데 그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질의하는 것 자체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도 “국회의원으로 이런 사태에 대해 직책수행하지 못한 점을 통감한다”며 “국회와 교과부, 교육청도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향후 대책으로는 △인화학교 특별감사 착수 △인화학교 위탁교육 취소 또는 학교 폐쇄 검토 △공립 특수학교 등으로 청각장애학생 수용 △인화학교 예산지원 재검토 등 9개를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이 틀리고 대책도 부실해 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쳤다.

주광덕 의원은 “보고서에는 성폭행 혐의자인 교장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고 나와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며 “내용 자체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의원은 “지금까지 특별감사 안하고 뭐했나. 위탁교육 취소는 구청이 하는 일이라는데 교육청은 뭘 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지금이 예산 지원 재검토할 땐가”라며 “이걸 대책이라고 내놓는건가”라고 호통쳤다.

김유정 의원도 “인화학교 폐쇄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국감 하루 전날 특별 감사반을 투입했는데 이건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 책임 떠넘기기 논란 … 사립학교법 등 법 개정 요청

관계기관간 책임 떠넘기기도 논란거리였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의원들의 인화학교 질의에 대해 내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법률적으로 행정적 규정이 미비해 교육청이지도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특수학교인 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우석법인이다. 우석은 사회복지법인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또한 학교의 위탁교육 취소 및 폐쇄여부는 관할 구청이나 시청에서 담당한다.

장 교육감은 “학교가 폐지되는 경우는 첫째로 구청이나 시청에서 법인 인가를 취소·폐지하는 경우, 둘째로 법인이 자진해 학교 폐교를 요청하는 경우, 셋째로 여러 가지 종합 감사 결과 법규 위반 내용이 많아 상응조치를 취할 때 등”이라며 “관할 지자체와 위탁교육 취소 또는 폐쇄를 논의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해규 의원은 “특수학교 설립 운영은 교육감의 책임”이라며 “답변을 자꾸 시청, 시청하는데 이건 교육감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꼬집었다. 김상희 의원은 “사태 책임이 있는 교육청과 구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전가하는 데 급급하다”라고 비판했고, 이상민 의원도 “책임 떠넘기기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사립학교법 등 관련법안의 한계도 논란 거리였다. 장 교육감은 “2006년 교육위원일 때 사학 재단에 대한 제재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사립학교 지도 감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유정 의원은 “지난 2007년 복지재단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회복지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반대로 무산됐다”며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법안과 함께 18대 국회에서 마무리지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영진 의원도 “학교법인 운영자가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학교를 폐쇄하는 특수학교 관계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화학교 교장 직무대행 “학교 정상적으로 운행” … 대책위 교사들 “또 거품될까봐 걱정”

참고인으로 나온 고효숙 인화학교 교장 직무대행은 의원들의 잇단 질타에도 “학교는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아무런 문제도 없다”라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고 직무대행은 인화학교 성폭행사건이 일어난 당시 학교에 평교사로 근무 중이었고, 2007년부터 교감직무대행, 2010년부터 교장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고 직무대행은 “성폭행을 저지른 전직 교장의 사진이 아직도 학교에 걸려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된다”라고 대답했다. “성폭행 혐의자들이 왜 다시 학교로 복직된 것이냐”는 질문엔 “인사권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반면 인화학교 대책위 교사들은 이번 ‘도가니’ 열풍에 대해 “뒤늦게 나마 다행이다”라고 대답하면서도 관심이 금방 사그라질 것을 우려했다.

참고인으로 나선 최사문 현 인화학교 교사는 “7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다”면서"2005년에 잠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지만 결국 거품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과거같이 또 이 사건이 수면 아래로 사그라진다면 장애인을 세번 네번 죽이는 것”이라며 “사회복지시설의 문제가 깨끗해졌으면 한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박현정 전 인화학교 교사는 “대책위 소속 교사들이 현재 인화학교에 4명만 남은 상황”이라며 “재단의 눈치를 보느라 눈 닫고 귀 닫고 사는 교사들이 아직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이어 “뒤늦게나마 사건 해결의 가닥이 잡히는 듯 해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립학교법 개정도 동시에 이뤄져 이 사태가 매듭지어졌으면 한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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