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일 내놓은 '학교시설 활용 및 관리 개선방안'은 공립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둔 게 핵심이다. 이날 개선안이 심의·확정되면서 학교 내 빈 교실을 돌봄서비스와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정부가 정한 원칙에 따라 교사·학부모·유치원·어린이집 단체 간 입장이 다를 수 있어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 가이드라인 내달까지 마련
정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학교시설 활용 및 관리 개선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이 총리는 회의에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해 학교시설 활용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해 12월21일 현안조정회의에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관계부처 간 의견조정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동안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여파로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만들면 별도의 어린이집 설립에 드는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며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였다. 반면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관리 책임·안전 문제 등을 들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다'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에서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계류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그동안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학교 내 교실 활용 원칙'을 정했다. 교실을 학교 교육이나 병설유치원 설립 등 학교 본연의 기능을 위해 우선 활용하되 돌봄서비스나 국공립어린이집 등으로도 활용키로 했다. '활용 가능한 교실'(유휴교실) 기준도 교육부가 학교·교육청과 협의해 만들기로 했다.
◇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이 먼저"…교육계 논란 가능성
이날 정부가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정하면서 교육계에선 학부모 간, 유치원 단체와 어린이집 단체 간 등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관할권을 놓고 여전히 지지부진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 논의는 차지하더라도 당장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보다 유치원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교육청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 담당이 아닌 어린이집까지 늘릴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돌봄서비스·어린이집 등의 설치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초등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학교 개방에 따른 안전 문제·공간 배치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소할지도 미지수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보육·교육시설로 나누고 소관 부처도 나눠놓은 건 발달단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현행 체계에서 교육시설 내에 보육시설(어린이집)을 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측도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학급규모 축소를 통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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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국 초등학교 유휴교실(사용횟수가 월 1회 또는 연간 9회 미만인 교실 가운데 자체 사용계획이 없는 교실)은 930여개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