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구조물 날아와 제주 구좌읍 주택가 덮쳐
철재 잘라내야 하는데 일손부족해 ⅓도 못치워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이틀 뒤에 또 태풍이 온다는데. 그게 제일 큰 걱정이네요.”
4일 오후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한 주택가. 거대한 철재 구조물과 비닐이 뒤엉켜 주택 6채를 뒤덮고 있었다.
지난 2일 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지 이틀이 지났지만 지붕 위 철골은 3분의1도 치우지 못했다.
강풍에 뜯겨 날아온 인근 양식장 구조물의 크기가 2층 건물 여러 채를 덮고도 남을 정도인데다 일손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건 4대째 이상 살아온 현동호씨(55) 집이었다. 그의 집 부엌 쪽 지붕 위로 덮친 거대한 구조물은 마당 앞 텃밭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현씨는 그날 밤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잠 못 든 채 뉴스를 지켜보던 그는 별안간 굉음과 함께 집 위로 무언가 부딪히는 큰 충격을 느꼈다.
또 불빛이 번쩍이면서 정전까지 발생해 컴컴한 집안에 갇히고 말았다. 시간은 태풍 마이삭이 제주에 최근접했던 오후 8시30분쯤이었다.
당장이라도 집이 무너질 것 같다는 공포감과 거센 비바람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현씨는 화장실로 숨었다. 문을 열고 잠깐씩 집안을 살폈지만 차마 나가보지는 못했다.
태풍이 지나간 아침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온 현씨는 무너지기 직전인 집의 모습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뒤 다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탓에 임시숙소로 마련된 펜션으로 몸을 옮겼다.

현씨의 동생 현병렬씨(48)는 “밤새 오빠가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아침에 보내준 사진을 보자마자 달려왔다”며 “어머니라도 집에 계셨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 전부터 살아온 고향집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당장 태풍 ‘하이선’이 또 온다는데 그때까지 다 치우지도 못할 거 같다. 저 철재들이 날아가거나 움직이면 어쩌나”라고 우려했다.
현동호씨의 친구이자 이웃인 A씨는 “구조물이 뜯긴 양식장도 피해가 큰데 보험도 안 들었다고 한다”며 “피해 정도에 따라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도 다르다던데 집 피해 등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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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씨 집뿐만 아니라 이웃집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지붕과 창문은 부서지고 돌담이 무너졌지만 주택들을 덮친 철골은 개개인이 들어올릴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날 제주도청 일부 직원들과 해안경비단 125의경대 등이 대민 복구 지원활동에 나섰지만 일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철재를 옮길 수 있게 잘라내는 동시에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물을 뿌려주고 옮기는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야 했기 때문이다.
이창호 종달리 마을이장은 “이 주택 골목길에는 혼자 살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많다”며 “피해복구가 다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태풍 때 자택에 계속 있어도 되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귀포 표선면 제주해비치리조트 앞 해변에서는 제주 해안경비단 121의경대가 대민 복구 지원에 나서 태풍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제주지방경찰청과 각 경찰서에서도 월대천과 제주시 한림읍 농가, 강정천 등에서 피해 복구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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