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방역단속 걸린 술집 주인 "지인끼리 모여서 마신 거예요"

[르포]방역단속 걸린 술집 주인 "지인끼리 모여서 마신 거예요"

뉴스1 제공
2020.12.09 11:54

전북도 특사경 단속 동행 취재, 대부분 업소 방역지침 준수
대부분 가게 문닫아…화려한 불빛 가득하던 거리엔 어둠만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지난 8일 밤 전라북도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전주시의 유흥시설 5종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한 가운데 한 업소에 영업 금지 시간 이후에 차려져 있는 술과 안주들의 모습. 2020.12.9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지난 8일 밤 전라북도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전주시의 유흥시설 5종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한 가운데 한 업소에 영업 금지 시간 이후에 차려져 있는 술과 안주들의 모습. 2020.12.9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아니, 그냥 아는 사람끼리 모인 거라니까요.”

8일 오후 11시께 전북 전주시 서신동의 한 술집. 단속반이 가게 문을 열자 주인과 손님 4명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갑자기 나타난 전북도 특별사법경찰을 보고 놀란 주인 A씨는 “영업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한잔하는 것”이라며 해명했다.

단속반은 A씨에게 일반음식점의 경우, 오후 9시부터 포장이나 배달만 허용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영업제한이 여럿이 모여 술을 먹는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것임을 설명했다.

전주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 5종에는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고,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로는 배달이나 포장만 가능해졌다.

이날 전북도 특사경은 오후 9시30분부터 전주시 일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수칙 이행여부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특사경은 기자에게 오후 9시 이후로 손님을 받아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나 바, 유흥업소 등을 주로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사경이 단속에 나선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적발한 건수는 모두 7건. 군산시와 익산시 등에서 밤늦게 까지 영업을 이어간 업소들이었다. 앞선 사례들처럼 이날도 ‘단속에 걸리는 영업장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들었다.

지난 8일 밤 전라북도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전주시의 유흥시설 5종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20.12.9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지난 8일 밤 전라북도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전주시의 유흥시설 5종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20.12.9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처음 둘러본 곳은 전주 서부신시가지 일대의 바와 유흥업소였다. 문은 모두 굳게 닫혀있었다. 한 바 앞에는 “조금만 더 참아요 우리”라는 말이 마스크 그림과 함께 적혀 있기도 했다.

거리 역시 주말이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밤이면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가 늘어서 있던 자리도 텅 비어 있었다.

인근에 있는 업소를 거의 다 둘러봤을 무렵 무전기에서 “XX동 XX다방”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당 업소에 손님들이 앉아 있다는 첩보였다. 차를 이용해 곧바로 움직였지만 단속반이 도착하자 이미 그 테이블은 치워지고 있었다.

특사경팀은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은 허다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음 행선지는 전주 서신동에 위치한 이른바 ‘먹자 골목’이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주변은 말 그대로 ‘암흑 천지’였다.

지난 8일 밤 전라북도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전주시의 유흥시설 5종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20.12.9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지난 8일 밤 전라북도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전주시의 유흥시설 5종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20.12.9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배달을 받는 치킨집이나 족발집 등 일부 가게만이 불을 켜뒀을 뿐 맥주집, 막창집 할 것 없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어두컴컴한 도롯가에서 벗어나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자 한 바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단속반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테이블에서 5명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바의 대표 A씨는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여자 친구랑 지인들끼리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테이블 위에는 소주병, 맥주병 여러 개와 간단한 안주가 올려져 있었다.

옆에 있던 비어 있던 다른 방의 테이블 위에는 맥주 5병과 과일안주가 세팅 돼 있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도 오지 않을 곳에 가지런히 준비돼 올려져 있는 과일안주가 의아했다.

가게에 앞 입간판에는 ‘영업합니다. 예약 받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특사경 팀원 하나가 “이런 바는 오가며 들어오는 손님도 더러 있겠지만 예약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억울해 하는 A씨에게 특사경팀은 “배달이나 포장을 하는 곳도 아니지 않느냐”며 “오후 9시 이후에 사람들이 여기 모여 술을 먹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술집은 대부분 지인 장사고 자주 오는 단골이 결국 다 지인이 되는 건데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단속반이 나가자 A씨는 문을 걸어 잠그고 다시 지인들이 있는 안으로 들어갔다.

최용대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장은 “단속을 하다보면 고통 속에 빠져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 들 때가 많다”면서도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거리두기가 격상된 만큼 조금만 더 방역의 고삐를 조여 감염병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은 다음날인 9일 오전 1시30분까지 계속됐다. 대부분의 업소가 방역수칙에 따라 영업을 멈추고 있었다. 전주 도심이 작정하고 멈춰 섰다. 화려한 불빛이 가득하던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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