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대신 총 들고"…경기도 역사 묻힌 '독립운동가 1094명' 발굴

"호미 대신 총 들고"…경기도 역사 묻힌 '독립운동가 1094명' 발굴

경기=이민호 기자
2026.02.09 09:53

경기도가 역사 속에 묻혀있던 독립운동가 1094명을 발굴했다. 의열단원으로 밀정을 처단했던 강건식 지사를 비롯해 호미를 들고 일제에 저항했던 농민들까지 잊힌 영웅들의 이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9일 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경기도 독립운동 참여자 및 유공자 발굴 연구용역'을 마치고 발굴된 인물 중 공적이 확인된 648명에 대해 지난 5일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했다.

이번 발굴은 김동연 지사가 강조하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이다. 도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객관적 입증자료가 부족해 서훈받지 못한 독립운동 참여자를 대상으로 △경기도 출신 독립운동 참여자 관련 문헌 조사 및 수집 △참여자 개인별 공적서 작성 및 서훈 신청 △참여자 발굴 관련 학술회의 개최 등을 통해 실질적인 조사와 발굴을 진행했다.

연구는 국권 침탈 전후부터 광복 직전까지의 행적을 △3·1운동팀 △국내항일팀 △해외항일팀 등 부문별 조사팀을 편성해 진행했다. 현장 조사와 자문회의·학술회의도 병행했다. 사료조사는 판결문 등 형집행기록과 국외 자료를 대조했으며 출신, 포상, 활동 검증까지 3단계 검증을 통해 자료 신뢰도를 높였다.

권익수 판결문(경성지방법원, 1921.11.2) 해석./사진제공=경기도
권익수 판결문(경성지방법원, 1921.11.2) 해석./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 숨은 독립운동가, 20대·농업종사자 가장 많아

발굴한 1094명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367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대 소년들도 70명이나 포함돼 당시 청년층의 높은 항일 의지를 증명했다. 직업별로는 농업 종사자가 232명으로 압도적이었고, 학생(97명)과 상인(68명)이 뒤를 이었다. 이는 독립운동이 특정 지식인 계층을 넘어 민중의 삶 깊숙이 뿌리박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요 발굴 인물로는 안성 출신의 강건식 지사가 있다. 의열단 중앙집행위원 후보였던 강 지사는 밀정을 처단하고 황포군관학교에서 군사 교육을 이수하며 무장 투쟁을 이끌었다. 일제의 감시망을 뚫고 끝내 체포되지 않은 '전설적' 인물이다.

이밖에도 △의사로서 러시아 접경지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독립운동 거점을 마련한 나성호(부천) △부호의 집에 방화하며 군자금을 마련한 김정환(파주) △조선총독부 승강기 운전수로 일하며 화장실 벽에 태극기를 그리고 만세를 외친 최영순(장단)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포함됐다.

공적확실한 648명 국가보훈부에 우선 포상 신청

도는 이번에 발굴된 인물들의 정보를 총 33개 항목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보훈 정책과 역사 교육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포상 신청을 마친 648명에 대해서는 제적등본 확인 등 행정 절차를 적극 지원해 신속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보훈부에 협조한다.

나머지 446명은 연구 결과 독립운동 사실은 확인되지만, 구체적인 활동 기록이 부족한 '자료 보완' 대상자나, 독립운동 이후 친일 행적 등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 활동 성격이 독립운동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 등이다.

도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기념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는 지난해 일본 소장자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嘆一聲 先弔日本)을 국내로 환수해 공개했으며 현재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김 지사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기리고 그분들의 이름을 되찾아드리는 것은 후손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면서 "발굴된 독립유공자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고, 경기도의 독립운동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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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이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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