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및 절대평가 전환 공론화 현장 토론회 개최

"AI(인공지능)는 생각보다 훨씬 공정하고 똘똘합니다. 지금도 AI가 본인보다 서·논술형 채점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시도하는 가운데 "AI가 서·논술형 평가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앞으로 국교위는 이에 대한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의 의견을 전국적으로 들을 예정이다.
국교위는 11일 인천교육청과 함께 미추홀구 콜라보마이스컨벤션센터에서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절대평가 전환을 공론화하기 위한 현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광주(20일), 대구(26일)까지 이어지는 지역 공론화의 첫 일정이다. 토론회에는 학생·학부모·교원 및 국교위 국민참여위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첫 발제에 나선 김동진 국교위 대학입학제도특별위원회 위원(인천 동산고 교사)은 AI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기존 대입제도가 더 이상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AI 시대에도 수능에서 객관식 중심의 평가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물었다.
김 위원은 "객관식 오지 선다 문제인 수능은 짧은 시간 안에 정답을 빠르게 골라내는 훈련을 12년 동안 반복하게 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시행 기준으로 계산하면 수능 수학은 한 문항에 3분20초, 나머지 과목은 대체로 1분30초에서 1분45초 안에 풀게 돼 있다. 그러나 지금은 AI가 같은 문제를 1초 만에 푼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분30초와 1초의 간극 앞에서 우리가 정말 사고력을 재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20년 뒤에도 정답을 빨리 찾는 기술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국민 여론도 AI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위원은 국교위 자문기구인 국민참여단의 의견을 소개하며 "AI 시대 학교 교육과 수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묻자 '과정 중심·서술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과 '토론·프로젝트 등 사고력, 문제 해결 중심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며 "국민은 AI 활용보다 먼저 평가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꼽았다. 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수업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평가 등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인 만큼 서두르지 않는 개편이 필요하다"며 "준비를 마친 뒤 제도를 시행하고 중학교-고등학교-대입으로 순차 적용하며, 수업·내신·수능을 하나로 잇는 방향을 국민과 함께 검증하겠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발제를 맡은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교육인재분과장)는 AI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의 현실적 제약이었던 채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동안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정한 채점 기준과 막대한 시간·비용, 채점자 간 편차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여러 교육청의 실험 결과 AI의 채점 결과가 사람보다 훨씬 공정하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인간 채점자의 일치도를 검증했을 때도 AI가 조금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모든 문항과 난이도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는 계속 검증해야 한다"며 "AI에도 성별·지역 편향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채점은 교사가 만든 문항과 채점 기준(루브릭)을 기반으로 AI가 1차 채점을 수행하고 교사가 최종 판단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점수를 매기는 블랙박스가 아니라 채점 초안을 만드는 역할"이라며 "교사는 AI를 활용해 반복적인 채점을 수행하는 대신 학생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지 고민하는 성장 코치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뒤의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일 것이다"라며 "AI 시대를 주도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인간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며 대입제도도 이와 연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국교위는 구체적인 AI 채점 방법이나 사례를 거론하진 않았다. 국교위는 대입 제도 개편은 사회적 파장이 큰 결정인 만큼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10월 대입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