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300만 마리 이상의 소, 돼지를 매몰하면서 국가경제에 미친 영향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연초부터 물가급등을 초래한데 이어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농림어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까지 20여 만 명 줄어드는데 영향을 미쳤다.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구제역 사태를 키운 여권에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17일에는 설화까지 발생했다. 구제역 침출수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야당은 "축산업을 해 본 적도 없는 정 최고위원의 망언에 축산 농민들이 절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별위원장인 정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 "구제역 침출수는 화학적 폐기물이 아닌 유기물이어서 잘 활용하면 퇴비를 만드는 유기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제역이 지난 10년 동안 4번 발생했지만 302곳의 매몰지역에서 환경오염은 없었다"며 침출수 문제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년의 농사 경험을 소개하면서 "씨앗 하나가 큰 나무를 이루고 씨앗 열 개가 큰 숲을 이룰 정도로 자연의 섭리와 정화 능력은 대단하다"며 "구제역 침출수는 매몰 후 3~4개월이 지나면 땅속 정화작용을 거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고 말했다.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전염병 확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침출수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침출수를 퇴비로 쓸수 있다는 주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침출수가 흐르는 지하수를 식수로 활용해야 하는 농민의 심정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식수원 오염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우려가 우스워 보이느냐"며 "정 고위원의 무책임한 발언에 국민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정 최고위원은 축산업은 해본 적이 없고 키위농사로 큰돈을 번 것으로 안다"며 "키위농사를 그렇게 지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현 정권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농민의 지원에 힘입어 여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사람으로서 가벼운 입놀림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