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지금의 고약한 상황을 선물한 이들은 누구인가. 그가 가진 중요한 자산인 '도덕성'에 흠집을 낸 사람은 신정아씨다. 신씨는 자전 에세이집에서 당시 서울대 총장이던 정 위원장이 "서울대 미술관장과 교수직을 제의했다", "호텔 바로 불러내 지분거렸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폭로' 주역이 학력위조 사건으로 대중의 신뢰를 잃은 신 씨인데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폭로라는 점에서 정 위원장이 재기불능의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 위원장이 공을 들여 온 '동반성장위원회'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주무부처인 지경부 수장이 정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를 공개 비판하면서 파문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다만 '초과이익공유제'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개념이고 분배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게다가 '동반성장'이라는 목표가 같은 만큼 두 사람이 마음을 터놓고 논의하면 각론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위원장이 맞닥뜨린 가장 큰 난관은 정·관·재계를 모두 둘러봐도 그를 도와 줄 믿음직한 '우군'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 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동반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주요국정과제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의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처지를 보면 현 정부의 '동반성장'이 임시방편적 '구호'에 불과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관가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흐지부지된 대·중소기업 정책의 길을 밟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전직 총리를 수장으로 선임하고,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서도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위원회가 발족한지 100일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정 위원장 홀로 '동반성장'이라는 '총대'를 멘 꼴이다. 정·관계 어디에서도 동반성장을 이끌어낼 입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사실상 현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는 정 위원장의 고난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을 짊어지고 있었던 정 위원장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