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비준안 처리 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논의를 골자로 하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가 파기된 후 사실상 대화의 문이 닫히면서 직권상정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는 2일에도 소득 없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더 이상 비준을 지체하지 말고, 이행법안 14개도 오늘부터 상임위를 열어 본격적으로 처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 대표는 또 "마지막까지 야당과 충돌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듭 "노력은 하겠다"고 강조하며 강행 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야당의 원내대표 합의문 파기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 대표는 "야당 원내대표가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는데도 일부 야당 의원들이 그 합의에 반발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작성한 합의문에는 '당내 의원총회 추인'이라는 부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포함된 피해보전 대책조차 백지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부가 못 받겠다고 한 것까지도 상당한 압력을 넣어 (피해보전 대책)을 이끌어냈지만, 정부는 여야 합의가 깨졌다면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ISD 폐기 및 재협상 요구를 고수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침해될 수 있는 ISD를 폐기하라는 것"이라며 "간, 쓸개를 다 내주는 한미FTA는 반드시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또 "여당의 단독 강행 처리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하며 야5당과 함께 저지할 것"이라며 "한미FTA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전열은 일사불란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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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ISD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받지 않고 한미FTA가 시행되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고 정권교체가 되도 미국은 ISD 부분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외통위 회의장 출입문 앞에 의자를 놓고 있던 야당 의원들과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남경필 외통위원장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
남 위원장은 "왜 약속을 안 지키고 물리력을 행사하려 하느냐. 이게 민주주의냐"며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앉아 있던 의자를 뺐고,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넘어졌다.
아울러 외통위원장실 문을 열려는 국회 경위들과 야당측 보좌관들의 몸싸움이 벌어지며 고성이 오가는 풍경이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