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부자증세'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다. 소득세의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정두언 의원 등 소장 쇄신파가 군불을 지피더니 홍준표 대표가 아예 팔을 걷어붙였고 친박(박근혜) 진영까지 가세했다. 복지수요 확대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내년 총선을 대비해 '부장정당' 이미지를 벗겠다는 전략이 다분하다.
홍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 소득이 8800만 원인 사람이나 100억 원인 사람이나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거듭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대하고 있는 정부를 인식한 듯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 인만큼 정책위에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소득세 최고구간은 연 8800만 원 이상으로 세율은 35%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도 "'버핏세'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부자증세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찬성한다"며 기존 입장을 바꿔 부자증세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법 개정이 필요한 '부자증세'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는 가다듬어 총선공약으로 내놓을 때가 됐다"고 한발 더 나갔다.
홍 대표의 발언은 기존 언급과 다를 게 없었지만, 이번엔 '당 정책위'까지 언급했고, 쇄신파에 이어 친박 진영까지 힘을 보탰다. '부자증세'가 당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는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부자증세'와 관련해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지난해 9월 '소득세는 과세표준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 세율 40%를 적용하자'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는 쇄신파 정두언 의원이 이달 초 불을 지폈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한나라당=부자정당' 전략으로 나올 것이 뻔 한 만큼 "수세적으로 논의하느니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었다. 쇄신파 정책통인 김성식 의원도 최고 과표구간 신설과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을 제기하며 발을 맞췄다.
쇄신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홍 대표와 이주영 정책위 의장 등 당 지도부는 당초 "당 차원에서 전혀 검토된 적이 없고, 현실성도 부족하다"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홍 대표가 아예 '부자증세' 총대를 메고 나선 형국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안철수 교수의 '통 큰 기부'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부자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하지만 이한구 의원 등 친박계 내에서도 '부자증세'에 대한 이견이 있고 나성린 의원 등 일부 강경파도 버핏세 도입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정책위 역시 "추가 세금 도입에 대한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국판 버핏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면 또 한 번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