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민지형 기자 =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9일 오후3시께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현 국회의장 측의 '돈 봉투 살포' 의혹사건과 관련, "전대 하루 이틀 전 내 의원실 여직원에게 노란색 봉투가 배달됐고 그 속엔 현금 300만원과 특정인의 이름만이 적힌 명함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남성이 돈 봉투를 쇼핑백에 넣어) 여러 의원실을 돌면서 돈 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 속에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끼어 있었다"고말했다.
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어제 검찰에 출두했다. 밤 1시까지 내가 아는 바를 소상히 말했다. 내용은 2008년 전당대회 때 ‘돈 봉투’였다. 내가 진술한 진술조서 분량만 67쪽이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 오늘 여기서 진술한 내용을 모두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상당히 주저하면서도 최소한의 내용을 얘기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 진술 내용의 핵심은 내 의원실 여직원에게 노란 색 봉투가 전대 1~2일 전에 배달됐고 그 봉투 속엔 현금 300만원과 특정인의 명함이 들어 있었다는 거다. 난 깨끗한 정치를 한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바로 돌려줬다. 상세한 내용은 이미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다. 전대 돈 봉투 문제는 우리 정당의 50년 이상 된 나쁜 관행으로서 여야가 모두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일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정치발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 시점에서 이 같은 폭로를 한 의도는.
▶이번 일을 폭로라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답답한 부분이다. 한 달 전에 쓴 어느 신문 칼럼에서 우리나라 정치의 발전을 바라면서 일반적인 내용을 썼다. 당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직전으로 재창당 방식이 옳을지, 재창당 수준의 쇄신만 하면 될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쇄신파 의원들은 재창당이 옳다고 했지만, 난 명분은 그렇더라도 재창당은 반드시 전대를 거쳐야 해서 줄 세우기, 편 가르기, 돈 봉투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모처럼 출범한 비대위가 바로 침몰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는 충정으로 (칼럼을) 썼다. 그 칼럼도 1회성이 아니라 작년 봄부터 기고 요청을 받았던 거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우면산 사태 등이 벌어져 기고 시기가 11월로 미뤄진 것일 뿐이다. 처음 기고할 때 신문사와 얘기하길 18대 국회의원을 마무리하면서 정치현장에서 겪은 소회와 정치발전을 위해 고쳐야할 부분 등을 중점적으로 쓰기로 약속해 9회에 걸쳐 여러 가지 내용을 쓰면서 마침 비대위 출범과 관련해 전대 문제를 거론한 거다. 그 칼럼을 썼을 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18대 국회 초기부터 느꼈던 바다.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며 국회의원을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겨서 정신적으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언론에서도 오래 전부터 돈 봉투를 없애자고 얘기해왔다. 칼럼 게재 시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 거다.
-봉투에 든 명함은 어떤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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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함이 쓰여 있는 명함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명절 때 의원실에 선물을 돌릴 때 보면 이름 석 자만 적힌 간단한 명함이 큰 봉투 속에 들어 있다. 이번 경우에도 한자로 특정인 이름 석 자만 적힌 명함이었다. 이른바 명절 선물 돌리기용 명함이었다.
-돈을 돌려준 정황을 말해달라.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시 내 보좌관과 (의원실) 여직원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래서 그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사 초기여서 내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돈 봉투를 들고 온 사람이 K모 (청와대) 수석으로 보도된 건 정확한 사실과 다르다.
- 의도와 상관없이 파문이 커졌다.
▶이걸(돈 봉투를) 일부에선 원외당원협의회 위원장의 필요 경비를 충당하는 필요악적인 관행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부분들도 제도적으로 개선·타파돼야 한다. 여야를 떠나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쇄신을 해야 한다. 당내 선거에서도 민주화와 깨끗한 정치가 진전되길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 야당이 이번 일을 두고 돌을 던질 자격은 없다. 여야 모두에서 50년이 넘은 한국 정치의 병폐다. 어느 당이 어느 당을 비난하기 전에 서로 이런 나쁜 관행을 털고 새로운 정치로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칼럼에 돈 봉투 사건을 거론한 이유는.
▶난 재창당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는 전대가 문제란 점을 지적했다. 재창당을 한다면 다시는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해주길 부탁한다.
-돈을 받을 때 정황은.
▶지금은 수사 초기 단계다. 돈 봉투를 전달한 사람이 K수석이 아니란 건 확실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선 이 시점에 코멘트(언급)하지 않겠다.
-돈 봉투를 돌려주고 나서 20분 뒤에 박 의장 측 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했는데.
▶시간만 정정하겠다. 한 언론에서 20분 정도 뒤에 전화를 받았다고 썼는데, 나중에 오후로 수정했다. 상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
-본인이 받은 것 외에 다른 봉투도 있었나.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봉투를 들고 온 게 아니라 쇼핑백 크기의 가방 속에 노란색 봉투가 끼어 있었다. 여러 의원실을 돌면서 돈 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거다. 같은 노란색 봉투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화를 한 사람은 누군가.
▶오후에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박 의장 측 관계자가 누군지는 이 시점에서 말하는 게 곤란하다.
-이번 일과 관련된 사람에 대해 당에선 총선 공천 배제 얘기가 나오는데.
▶내가 파악하기론 돈 봉투 관련 의혹이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돈 봉투를 받은 사람이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난 폭로를 한 게 아니다. 그 전엔 일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사전에 준비된 질문이 아니라 30분 정도 즉석에서 답변하는 게 있었다. 사전 질문엔 올해 예산안 처리 문제 등 그 직전까지의 정치권 현안에 관한 사항만 있었는데 진행자가 내가 과거에 쓴 칼럼을 보다가 돌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쓴 칼럼을 손에 들고 물어보기에 ‘아니다’고 할 수 없어 ‘예’라고 했다. ‘(돈 봉투를 준 게) 누구냐’고 물어서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에 언론을 통해 그 얘기가 증폭됐다.
-K수석이 아니면 누가 돈 봉투를 전달했나.
▶수사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다른 전대 때도 돈 봉투 사례가 있었나.
▶내가 목격한 돈 봉투는 이게 18대 국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다른 전대에 관한 애기도 있지만 난 내가 경험한 바를 말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