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폭로파문이 4·11총선 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가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3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이번 사건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과 결합될 경우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총선 격전지 표심(票心)을 좌우할 중대 사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
새누리당은 특히 앞서 공개된 사찰 문건의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됐다"는 청와대 측 설명과 관련, 사건 진상파악을 위한 정부 측 협조와 함께 당시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을 향해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며 역공에 나섰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KBS 새노조가 폭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사례 2600여건 중80% 이상이 지난 노무현정부 시절 이뤄졌다고 밝히고 총선을 앞두고 사실관계를 왜곡한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동책임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사찰 파문을 총선 호재로 십분 활용키 위해 이날 당 차원의 조사결과를 추가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특히 "새누리당의 특검 요구는 '시간끌기'용 꼼수일 뿐이다", "새누리당 박 위원장도 그간 사찰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사건을 방조해왔다"고 박 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우며 특별수사본부 설치와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 "박근혜도 사찰 피해자…노 정부때 80% 해명하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1일 총리실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힘이 돼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감시·사찰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잘못된 정치를 이젠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부산·경남(PK) 지역 총선 후보 지원에 나선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구포1동 구포시장 앞에서 열린 박민식 북·강서갑 후보 지원유세 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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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특히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나에 대한 사찰도 이뤄졌다는 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면서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이번에 공개된 (사찰)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보면 그런 불법사찰이 실제 있었던 게 밝혀진 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도 '사찰 피해자'임을 알려 현 정부와의 '확실한 선 긋기'를 시도키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또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구태정치는 이제 버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통해 이 땅에서 다시는 그런 불법사찰 같은 일 생기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주재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일일현안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사찰을 다룬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정보기관에서 이른바 '박근혜 태스크포스(TF)' 기능을 수행한 일부 직원에 의해 '박근혜 보고서'가 작성됐고,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까지 포함해 두 차례 그런 보고서가 나온 걸로 돼 있다"며 "새누리당은 앞으로 불법사찰에 대한 폭로전과 정쟁을 하기보단 어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인권 유린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근절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사찰 자료를 박 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도 활용했을 것"이란 민주당 측의 주장에 대해선 "근거 없는 허위이자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며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정보원의 2009년 '박근혜 사찰팀 구성'을 주장했던 했던 사람이 민주당 의원인데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상식에 맞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사건 수사를 위한 민주당의 특수본 설치 요구에 대해서도 "이는 검찰더러 계속 수사하란 뜻"이라며 "2년 전 수사가 부실했고 검찰은 국민의 신뢰는 이미 상실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특검을 요구한다. 특검은 야당이 추천하는 사람에 맡겨도 무방하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박근혜도 MB와 한통속…노 정부때 한 것은 정당한 공직감찰"
그러나 민주당 총선 상임선대위원장은 한명숙 대표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특별회견을 열어 "정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이 이제 와서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총선 전까지 열흘만 버티자는 '시간 끌기', '꼬리 자르기'용으로 특검이 이용되면 안 된다"며 "당장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했던 한 대표는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의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의 해임과 검찰 수사라인의 전면 교체와 함께 특수본 구성, 그리고 사찰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면서 "청와대 하명으로 이뤄진 불법 사찰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을 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법 사찰을 지시했는지,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은폐·축소를 지시했는지 등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새누리당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2년 전에도 불법사찰 문제가 나왔지만 박 위원장은 이때까지 침묵·방조했다. 결국 박 위원장 자신도 더러운 정치와 한통속이었던 게 아니냐"며 "사과도 행동도 없이 단절 운운하는 건 자신만 살겠다는 비겁한 꼼수정치"라고 몰아세웠다.
한 대표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해찬 당 상임고문도 "이번 일은 대통령이 마땅히 탄핵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대통령 개입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도 각각 "이번 일은 대통령 탄핵감이다. 이 대통령이 사찰의 배후이자 몸통이며 머리통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국기문란 행위를 확실히 심판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MB(이명박)·새누리당 심판 국민위원회'(위원장 박영선 의원)는 이날 오후 2시 별도 회견을 통해 사찰 관련 확보한 문건의 분석 내용 등을 추가 공개할 예정. 또 오후 5시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집중유세'를 하는 등 현 정부의 부도덕성을 규탄할 방침이다.
"사찰 문건의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졌다"는 현 청와대 측의 주장과 관련,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 "(당시 작성된 문건은) 공직기강 목적의 적법한 감찰기록인 만큼 모든 걸 공개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청와대는 전날 민주당과 전국언론노조 KBS 새노조가 폭로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보고서 2619건 가운데 80% 이상(2200여건)이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며 "대부분이 지난 정부의 문건임에도 민주당은 마치 2600여건 모두가 이 정부 문건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부분의 문건 내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것이라며 "이미 2년 전 수사가 이뤄진 내용임에도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마치 새로운 것처럼 공개해 정치적으로 이용해 유감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기를 희망하며, 정치권에서 제기하면 특검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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