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찰, 다시열린 판도라의 상자

[기자수첩]사찰, 다시열린 판도라의 상자

진상현 기자
2012.04.02 18:33

불법 사찰 문제를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지난 29일 KBS 새노조의 총리실 사찰 문건 폭로가 도화선이 됐다. 노조는 2619건의 문서 파일을 공개하며, 현 정부가 광범위하게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했다.

청와대는 지난 31일 공개된 파일 중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때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1일에는 "지난 정부에서는 없던 일이 마치 이 정부에서 벌어졌다고 호도하거나 지난 정부 일까지 이 정부에서 했던 것처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정부의 구체적인 민간인 사찰 사례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현 정부의 연예인 사찰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지난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 과정에서 불법 계좌추적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양측의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불법 사찰 여부는 법원 판결로 최종 결론이 난다. 정부는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기강 확립 차원에서 사찰을 할 수 있다. 민간인도 공직 비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다. 실제 검찰은 지난 2010년 불법 사찰과 관련한 1차 수사에서 KBS 새노조가 공개한 문건 중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사 종결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 수집이나 동향 보고 자체만으로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협박과 회유를 한다면 민간인으로선 버티기가 힘들다.

민간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할 소지도 크다. 이미 오래전 민간 기업이 된 포스코나 은행 등이 아직도 인사철만 되면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정부 유력 인사들에 줄을 대기 바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사회 각 분야의 동향이나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적인 것이든 아니든 그렇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일을 '정치 공방'보다는 감찰, 사찰, 정보 수집의 체계를 전면 쇄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사찰 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언제고 또 열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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