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4일 논란이 됐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역사인식 논란이 대선을 불과 3달 앞둔 시점까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박 후보 지지율 정체현상의 '뇌관'으로 작용하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며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박 후보의 과거사 논란은 당내 경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지난 7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16과 관련, "아버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하자 비박(非박근혜) 경선주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 시작했다.
박 후보는 공식 후보 선출 후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대통합' 행보를 진행하며 역사인식 논란 극복하는 듯 했지만, 지난 1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인혁당 판결은 두 개"라고 언급하면서 다시 수렁에 빠져들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인혁당 발언 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또 최근 야권 후보들의 부상으로 대선 '3자구도'가 본격화 되면서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은 계속 발목을 잡았다.
지난 19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권가도에 본격 뛰어들고 첫 주말이 지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더욱 심화됐다. 양자구도 조사에서 박 후보가 안 후보는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도 뒤지는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또 다자구도에서도 안 후보가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 기존 박 후보의 지지율 중 상당수의 중도층 표심을 빼앗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로서는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인 역사인식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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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물론 당내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입장변화의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 의원 모임의 '좌장'격인 남경필 의원은 최근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또 박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다수 인사들도 역사인식 문제의 극복을 주장한 바 있다. 경선캠프에도 참여했던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지난 18일 "5·16과 유신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유신 시절에 있었던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인정과 사과, 화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