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과(過)' 사과" 박근혜,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 '과(過)' 사과" 박근혜, 떨리는 목소리로…

변휘, 이미호 기자
2012.09.24 16:11

(종합)"제 진심 받아주면 좋겠다" 역사인식 논란 종지부…새벽까지 회견문 직접 챙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4일 오전 9시 정각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4층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였다. 회색 상·하의 정장 차림의 박 후보는 약 10분 동안 준비해 온 과거사 논란 관련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시종일관 낮은 톤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이 자리에 섰다"며 입을 열었다.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다소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끝까지 눈물을 보이진 않았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에서 오히려 기자회견장에 서기까지의 고뇌가 엿보였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는 대목에서는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국민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켰다"는 이날 박 후보의 언급은 지난 1998년 정계입문 후 계속된 과거사 논란에 대한 입장 중 가장 '전향적'인 내용이다. 특히 거듭되는 논란에도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던 기존 입장과 비교할 때, 이날 박 후보의 발언 강도는 정치권의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는 아무렇게나 말해 (어려운) 국면을 모면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 마디를 해도 마음에 없는 얘기는 죽었다 깨나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내가 박 후보를 모신지 8년이 됐지만, (과거사에 대해)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역시 이날 회견 직후 퇴장하면서 "마지막 사과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내용에 모든 게 함축돼 있고 앞으로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제 그런 진심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참모들에 따르면, 이날 회견문은 박 후보가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작성했다. 한 참모는 "어젯밤 최종 회견문이 나와 검토했고, 오늘 새벽에도 박 후보가 직접 회견문을 꼼꼼히 손보는 등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박 후보의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사 논란이 대선을 불과 3달 앞둔 시점까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지지율 정체현상의 '뇌관'으로 작용하자 사과를 통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의 과거사 논란은 당내 경선 때부터 불거졌다. 지난 7월 한 토론회에서 5·16과 관련, "아버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언급, 경선 내내 공세에 시달렸다. 경선 종료 후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파격적인 '대통합' 행보로 잠시 논란을 잠재운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인혁당 판결은 두 개"라고 언급, 다시 수렁에 빠져들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인혁당 발언 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고, 최근 야권 후보들이 부상하며 더욱 심화됐다. 양자구도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도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럿 나왔다.

또 다자구도에서도 안 후보가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 기존 박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로서는 외연 확대의 최대 걸림돌인 과거사 논란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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