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내에서 정치쇄신 논의가 '인적쇄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퇴진 압박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일단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문재인 대선후보가 당내 요구를 놓고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1일 성명을 내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출범 이후 지난 다섯 달 동안 지도부가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도부의 일원인 제게도 책임이 있다. 저부터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6·9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대표에 이어 득표율 2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김 최고위원은 동시에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 지도부 다른 인사에게도 용퇴를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도록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사와 한 인터뷰에서도 "안철수 무소속 후보나, 그 지지자들이 봤을 때 '와' 하고 놀랄 정도로 우리의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단일화 경쟁은 물론 대선 본선에서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성명은 전날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문 후보에게도 회의 결론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이나 새정치위가 사퇴 대상으로 '지도부'를 언급했지만 초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때부터 논란이 된 '이·박연합'의 당사자인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에 맞춰져 있다.
이 대표 등은 문재인 캠프가 본격 출범한 이후 정례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2선으로 물러섰다. 최근 이 대표는 충청, 박 원내대표는 전라 지역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이른바 '하방(下放)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당내에서 '인적쇄신'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사퇴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김소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연 의원총회에서 "모든 힘을 다 합쳐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탓할 상황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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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도 성명을 내고 "D-48, 대선승리에 전념할 때"라며 "내분의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모든 권한은 이미 후보에게 위임돼 있다"며 "모든 것은 후보께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선거가 한 달 보름 남은 상황에서 당이 혼란에 빠져들 수 있는데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투표시간 연장 등을 위한 원내 활동이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지도부 사퇴 요구에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강원 고성군 전방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쇄신이란 것이 곧바로 지도부의 퇴진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해찬, 박지원 두 분은 일단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최고위원회의 권한도 전부 후보인 저에게 위임됐다"며 "두 분이 저의 선대위 활동에 지장이 되는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요구를 마냥 무시할 경우 당 내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한 듯 문 후보는 일견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으로 여운을 남겼다.
문 후보는 "보다 완전한 퇴진이 이뤄져야 민주통합당의 쇄신의지를 더 분명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충정에서 요구들이 나오는 것으로 이해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저한테 맡겨 주고 시간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