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중시 박근혜 당선인, 정책 변경 쉽지 않아 신중한 의견수렴 절실

9일 오전 9시, 섭씨 영하 10도 아래에 북악산 기슭의 찬바람까지 불어대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현관 앞.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려진 이곳에 기자 수십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는 인수위원들에게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서였다.
인수위원들의 입장이 시작될 무렵 난데없이 베레모에 낡은 점퍼를 입은 노신사 한명이 나타났다. 그리곤 하얀 봉지에서 귤을 꺼내 기자들에게 차례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누구시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 노신사는 "그냥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노신사가 기자들의 주의를 끄는 동안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피해 손쉽게(?)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수위원들의 입장이 끝나자 이 노신사도 회의장으로 사라졌다. 이 노신사의 정체는 바로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으로 있는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그가 나눠준 귤은 인수위원들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인수위의 '입단속'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처음 주재한 인수위 회의에서 "설익은 이야기나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면 국민에게 혼란을 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가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소통없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의 최근 발언들은 '소통'에 대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기사 거리가 되고 안 되고는 (언론이 아닌) 대변인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지난해 12월31일 "(대변인 임명은) 내 독자적 권한인데 꼭 이유를 설명해야 되느냐"고 했다.
'신뢰'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 비춰 인수위에서 한번 결정된 정책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인수위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욱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