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패자부활 기회 확대'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중산층 70% 복원'과 '중소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사업에 실패할 경우 즉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중산층이 늘어나기는 커녕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 육성 역시 사업에 실패할 경우 기본적인 생활이나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요원한 이야기다.
◇중산층 지킨다
인수위가 추진 중인 패자부활 기회 확대 방안의 핵심은 파산시 '압류 면제 대상 확대'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파산하면 전 재산을 압류당하고 임차보증금과 6개월치 최저 생계비를 합쳐 최대 2320만원(서울 기준)만 남길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생활비는 한달에 120만원 꼴이다. 이는 다음 일자리를 구하거나 사업에서 재기하기 전까지 중산층으로서 생활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말한다. 2011년 중위소득 월 350만원을 기준으로 월 175∼525만원이 중산층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은 1995년 75.3%에서 2011년 67.7%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 실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가구가 늘어난 탓이 컸다.
박 당선인의 약속대로 중산층 비중을 70%로 늘리려면 고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번의 사업 실패로 곧장 빈곤층으로 추락할 경우 중산층 비중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압류 면제 대상을 서울 기준 3000만원 이상, 최대 4000만원 수준까지 늘리는 것이 인수위와 중소기업청의 구상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전세보증금이 크게 뛰었고 물가도 오른 점을 고려할 때 파산시 압류 면제 대상 3000만원도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생 가로막는 회생제도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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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회생제도는 크게 '일반회생'과 '간이회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간이회생'은 현재 개인들의 전유물이고, 기업들은 '일반회생'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회생의 경우 회생계획 인가 절차에 평균 9개월(270일), 최대 1년 가까이 걸리고, 이 기간 동안 2000만∼5000만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현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기까지 약 9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버티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기업은행 등에 따르면 회생을 신청한 중소기업 가운데 회생계획 인가를 받는 곳은 약 30%에 불과하고, 인가를 받은 중소기업 중 회생절차를 종결한 기업은 약 20%에 머문다.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회생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인수위와 중기청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도산법) 등 법령을 고쳐 채무액이 적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개인처럼 간이회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기청 관계자는 "압류 면제 대상 확대나 간이회생제도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들과 당국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오히려 채권자가 경제적 약자인 경우도 있는 만큼 전문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