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11일 정부부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첫날 업무보고에 이어 이틀째 계속된 12일 5개 부처 업무보고장에도 어김없이 철통 자물쇠가 채워졌다.
‘입 단속’과 ‘철통 보안’에 이어 업무보고의 알맹이조차 손으로 가리는 인수위의 극도의 몸사리기는 올바른 정책 검증은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걸림돌일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처 업무보고 이틀째인 12일 인수위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국세청, 국가정보원, 지식경제부, 법무부ㆍ대검찰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는 오전 국세청과 국정원, 오후 지식경제부와 법무부ㆍ대검으로 나눠 부처별로 2∼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업무보고가 이뤄졌는지 또 어떤 정책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한 정부 측 브리핑은 단 한줄도 없었다.
이는 인수위가 ‘보안위’라는 별명에 걸맞게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브리핑을 '보이콧' 하기로 독단적으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전날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한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한술 더 떠 공동 브리핑룸 단상에서 대(對) 언론 경고메시지까지 날렸다.
여론 소통과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사들이 소설성 기사나 흠집내기 기사를 쓰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혹시나하며 브리핑룸 안팎에서 장사진을 치며 귀를 곧추세우고 있던 취재진들은 맥이 빠지지 않을수 없었다. 팩트 하나에 목마른 기자들이 브리핑이 끝난뒤 윤 대변인을 둘러싸고 질문들을 쏟아낸 건 이 때문이다.
"공개할 내용만 공개 한다는게 무슨 뜻이냐"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윤 대변인은 "공개할 내용만 공개한다는 그 질문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겠다"며 되려 반문했다.
'언론의 보도 내용은 영 아니라고 하면서 무슨 소통을 하자는거냐'는 질문에 대해선 "나름대로 투명하게 인수위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그런뒤 윤 대변인은 이날 진행된 5곳의 부처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오늘은 브리핑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한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자리를 황급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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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익은 풍경은 적극적으로 취재진에게 새 정책 논의과정을 설명했던 5년전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때와는 180도 상반된 모습이다.
국가 대계를 놓고 사실상 '밀실논의'를 하면서 그 이유로 소통내지 국민들의 알권리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윤 대변인의 발언은 "전형적인 책임 전가이고 직무유기에 불과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정현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정확한 보도를 원하면 정확한 설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며 "설명을 하지 않으니 언론이 부정확한 보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정확한 보도의 양산은 인수위의 불통 태도에 기인한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 안한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 혼란만 키우고 있는 셈"이라며 비난수위를 높였다.
인수위의 극단적인 여론 알레르기 증상이 드러난 것은 부처 업무보고장에서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 9일 정부 부처에 공약 관련 기사가 나가면 해당자를 징계하겠다'는 내용의 '새 정부 정책안 비밀유지' 방침을 통보했다.
또한 이를 어긴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일부 부처들에 대해 구두 경고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인수위에 보고한 '인수위 운영 개요'가 공개된 것이 경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인수위 안팎의 추측이다.
운영 개요는 2월25일 새 정부 출범날짜를 역산해 총리 인선과 정부 조직개편안이 언제까지 마무리돼야 하는지에 대한 스케줄을 담고 있다. 이 내용이 공개되면서 새 정부 첫 국무총리에 대한 설왕설래가 쏟아졌다.
이와관련,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을 기준으로 1월 중순까지는 총리 인선 윤곽이 드러나야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며 "당선인이 마음의 결심을 밝힌 날짜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방통위는 업무보고 내용인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경고장을 받았다.
기재부와 지경부도 공약에 포함된 내용이 일부 새어나가면서 인수위의 집중포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개인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김장수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 등 일부 인수위원들도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간사는 지난 7일 인수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거리 미사일의 조기 전력화'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전 정권 인수위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두려워 부처별 업무보고 브리핑조차 하지 않는다면 인수위는 여론의 검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수위가 계속 이런 태도로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미리 국민과 소통하며 풀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도 불통으로 일관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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