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6일 박근혜 당선인의 '비공개 발언'을 언론에 배포했다. 전날 인수위 경제1분과 국정과제 토론회 내용으로, 무려 200자 원고지 74쪽 분량이다. '노(No) 브리핑'을 연발했던 그간의 인수위 행보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박 당선인의 공약 관철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 출범한 인수위는 20여 일의 활동 기간 동안, 내부 회의는 물론 정부 업무보고와 전문가 정책간담회 등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일정들에 대해 "노 브리핑" 선언을 되풀이했다. 언론의 공개 요구가 거세지자, 보고서 제목만 나열하는 브리핑을 실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깜깜이, 불통 등의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어제 토론회에서 이미 공개된 박 당선인의 모두발언 외에 비공개 부분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인수위는 브리핑 1시간 쯤 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대화록을 발송했다. 이메일을 확인한 취재진은 잠시 술렁거렸다. 그 동안 활동 정보 제공에 인색했던 인수위답지 않게 박 당선인의 발언이 A4 용지 9장 분량에 걸쳐 상세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변인은 앞서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비공개 발언을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인수위의 태도 변화에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 당선인은 정부 업무보고와 정책 간담회 등이 진행된 기간 동안, 외부일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삼성동 자택 주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새 정부 인선작업에 주력해 왔다.
반면 박 당선인은 23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 및 인수위 방문, 24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 지명, 25일 경제1분과 토론회 참석 등 급격히 '광폭행보'로 전환했다. 인수위가 전날 토론회의 비공개 발언을 하루 늦은 이날, 토요일임에도 공개한 것 역시 광폭행보의 일환이라는 것.
특히 이날 공개된 박 당선인의 발언에는 무엇보다도 대선공약에 실천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대화록'이란 윤 대변인의 소개가 무색할 정도로, 이메일 내용 대부분이 박 당선인의 발언으로 채워져 있었다.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은 박 당선인이 질문을 하는 대목에 답변을 위해 짧게 등장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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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가계부채·복지·재원 등 경제1분과가 다루는 분야 전반에 걸쳐 자신의 대선공약을 소개하고, 실천방안을 지적하는데 발언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면 공약하지도 않았을 것", "이것은 꼭 돼야 한다", "제가 약속하면 여러분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수차례 공약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전날 공개된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도 "그간 공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실성이 있나, 예산은 어떻게 되느냐 등의 얘기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새로운 정책을 굳건한 의지로 실천해간다면 우리가 하려는 일을 모두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의 '공약 수정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한편 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토론회 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브리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당선인도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인수위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에 매일 참석할 예정인 탓에, 당분간 박 당선인의 국정 관련 발언 역시 당분간 쏟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