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국회 예산안 처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야 했다. 매번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기던 것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민생 예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치밀한 재분배 과정에서 해를 넘겼다면 다른 문제다.
현실은 부끄러울 정도다. 342조원 규모 예산 중 지역 민원성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정부안에 비해 3710억원이 늘었다. 필수 예산에 가까운 국방예산 삭감액(2898억원)이나 저소득층 의료급여예산 삭감액(2824억원)을 크게 웃돈다. 그 과정에서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밀실에 모여 쪽지예산을 배분했고, 예산안 처리 직후 일부 예결위원들은 외유를 떠나기도 했다.
이제껏 5선을 지내는 동안 법정 예산처리시한 이전에 새해 예산안을 처리해 본 기억이 내게는 없다. 제도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둔 채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상임위처럼 임기를 2년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전문성 제고를 위해 다른 위원회와의 겸임을 금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결위의 기존 폐해를 시정하고,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 재정통제기능을 실질화할 수 있다.
예결위 활동은 통상 예산 편성권을 갖는 정부가 10월 초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시작된다. 법정 처리시한 12월 2일까지 예산심사에 주어진 시간이 두 달도 안되는 셈이다. 300조원이 넘는 나라살림을 두 달 만에 심사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졸속심사’를 피할 길이 없다. 미국은 240여일, 독일·영국 등은 120여일의 심의기간이 보장돼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도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3년까지는 예결위가 상임위였으나, 국회가 정부의 예산편성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게 된다는 것을 이유로 특위로 대체됐다.
지금의 예결위도 사실상 상설화 상태지만,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돼 있어 예결위원을 1년씩 돌아가며 맡아 왔다. 4년의 임기 중 한 번 주어지는 예결위원 활동 기간을 지역구 예산 챙기기로 활용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의정 활동의 중심은 상임위에 둔 채로 짧은 기간 동안 예산심사를 병행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심사의 안정성과 전문성 모두 담보하기 어렵다.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과 더불어 국회의 실질적인 연중 상시 예산안 통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 조직인 감사원이 가진 회계조사(감사) 기능도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이고 심도 있는 예결산통제가 하다.
지금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과거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예결위 상임위화에 대한 입장을 달리 해 왔다. 2004년 야당으로 박근혜 대표 체제였던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원구성 협상 당시 예결위의 일반 상임위화를 당론으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이를 반대하던 민주당은 2008년에 야당이 되자 예결위의 일반상임위화 추진을 당론으로 바꿨다. 당장 정부의 편의와 유불리를 떠나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국민께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예결위 상임위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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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동료의원들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였지만, 국회에서 의미 있는 논의를 이루지 못한 채 폐기됐다. 그동안 충분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많은 토론도 있어 왔다. 정부의 의지와 여야의 진정성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올 연말에도, 내년 연말에도 쪽지예산, 밀실심사, 부실심사 얘기가 반복된다면 국회는 예산심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예결위의 상임위화로 국민이 신뢰하는 정치쇄신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