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실천'에 '증세 안한다'로 퇴로 차단...소통으로 풀어나가야
심리학 용어에 '떠벌림 효과(Profess Effect)'라는 게 있다. 주변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결심을 밝히면 실행력과 완성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1955년 도이치 박사와 게라트 박사의 실험에서 개인이 자신의 결심을 다수의 대중에게 미리 알리면 신념이 강해지고 실행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대중의 수가 많을 수록 효과는 더 굳건해졌다.
떠벌림 효과가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연초마다 반복되는 금연선언은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고 정치인들 공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번복되기 일쑤다. 떠벌리는 주체가 약속실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떠벌림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듯 공약실천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복지정책 재원마련에 대한 논란에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며 수정론자들에 경고를 날리고 증세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복지 공약 실천에 5년간 135조원이 더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을 조정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평소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으로서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차기 정부 이름을 원칙과 신뢰 의지를 담아 '박근혜 정부'로 정한 데선 결연함마저 읽힌다.
문제는 박 당선인의 출구 없는 공약 실천이 참모들간 혼선을 일으키고 국민들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킬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가 애초부터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데서 두드러진다. 3대 비급여 항목은 공약집에도 내포됐고 TV 토론에서도 박 당선인이 인정한 부분이었다.
공약 후퇴 내지 말 바꾸기 논란에 박 당선인은 침묵하고 있다. 이 문제는 국정운영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게 뻔하다. 이 경우 침묵은 절대로 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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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증세와 수조원대 국채발행설은 줄기차게 나온다. 경제성 없다고 결론 난 동남권 신공항 같은 전국 단위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도 뚜렷한 재원 조달 대책이 없다. 인수위는 구체적인 방법론 없이 정부 부처에 재원마련 방안을 만들라고 촉구 중이다.
공약실천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 해결하는 게 순리다. 이명박 정권은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한반도 대운하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떠벌림 효과가 부실공사 논란에 국론분열 같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독불장군식 국가경영의 폐단이다.
약속을 어기는 건 나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린 뒤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나갈 노력을 하지 않는 건 더 나쁘다. 박 당선인이 긴장한 어깨를 풀고 소통 문턱을 더 낮춰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