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전문가 공청회..도입 필요성부터 중복처벌 우려까지 팽팽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부당한 위탁취소나 반품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
"과징금과 형벌로 제재가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또다시 도입하는 것은 법체계상 상당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김정훈)가 11일 하도급법(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과 관련, 전문가 4명을 불러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징벌적 손배 도입시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김승일 실장과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기술유출에 국한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단가 후려치기'로 대표되는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석훈 연구원과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규제강화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해 대선기간 '경제민주화'가 여야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시장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 특히 원청-하청업체 관계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근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새 정부 보건복지부장관에 발탁된 진영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 오제세 민주당 의원 등 10여명이 각각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해 정무위에서 논의 중인 상태다.
여야는 부당 납품단가인하, 부당 반품, 부당 발주취소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배상액은 피해금액의 3배까지 물리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강화라는 반론이 고개를 들고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되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등장했다.
김승일 실장은 발제문과 문답을 통해 "시장 공정화가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며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찬성했다. 특히 중소기업 기술을 대기업이 부당하게 유출하는 경우에 대해 수급(하청)사업자가 아니라 원사업자가 "기술유출이 없었고 수급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토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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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평량 연구위원은 "손해배상에 제한이 없을 경우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과 상충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액을 3배로 한정했다"며 "목적의 정당성(공공복리 증진) 측면에서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복처벌 논란에 대해서도 "가해자가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에는 이중처벌 위험 자체가 없고, 가해자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이를 고려하므로 이중처벌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신석훈 연구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피해자가 입은 실질적 손해 외에 징벌적 성격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은 형법이지만 외형은 민법"이라며 "공법(형법)과 사법(민법)이 엄격히 분리된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이상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 "동일한 행위에 대해 '징벌적' 성격을 가지는 제재수단, 즉 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형벌 등 삼중처벌을 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삼현 교수는 "오늘 논의되는 9개의 개정법안을 포함, 현재 발의된 법안 22건 모두 수급사업자로 명명되는 중소기업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라며 "하도급거래 전반에 걸쳐 징벌배상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수급사업자에게 손실이 전가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며 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악의적으로 반복해 부당이득을 보는 위법 행위자에게 규제를 적용하도록 보완책이 필요하고 가칭 '하도급손실보전기금'을 설치, 실손해액을 초과하는 배상금은 국고로 귀속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야 의원들도 입장이 엇갈렸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당위론적 접근보다는 실증적 접근이 필요한데 최근 (부당행위가) 악화됐다거나 하는 실증 데이터가 있느냐"며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입법에 신중함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해 가장 많은 경제토론회의 주제였을 것이고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통공약이기도 했다"며 "그런데 다시 공청회를 여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느냐.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정무위는 이날 오후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입법 공청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