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野 주도권 놓고 일합, 쇄신속도…새누리, 차기주자 실종 정국주도권 고민
# 지난 11일 오전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황스러운 전화 한통을 받았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문 위원장은 이 의원에게 "혁신위원인데 뭘 좀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민주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혁신실행위)' 위원에 선임됐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느냐는 얘기였다. 이 중진 의원은 "아직 혁신위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전달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바로 뭘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중진의원은 "문 위원장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 재계를 선언하면서 기존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발(發) 정계 개편' 가능성에 '생존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이고, 새누리당은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까 우려하고 있다.

안 전 교수는 전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현 정치권을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라고 에둘러 비판하고, 정치조직법 대치와 정치쇄신 답보상태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함으로써 기존 정치권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여론의 관심이 안 전 교수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뛰어넘어 단숨에 지지율 2위로 올라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 6일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6.3%로 새누리당(36.1%)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민주당(10.6%)의 배를 넘어섰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에서도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34.4%로 24.1%의 민주당을 앞섰다.
당 내부에도 혁신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노·주류측 연대 대상으로 거론돼온 김부겸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친노 대 반노로 싸우는 전대 뒤엔 분당밖에 없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이 한가하게 계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경고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신뢰와 능력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민주당 스스로의 쇄신, 즉 자강이 우선이고 그런 다음 당 밖의 개혁세력과 연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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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에 속하는 중진인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지금 민주당은 백척간두의 위기"라며 "성난 민심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당을 철저하게 혁신하고 대안을 제시할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선 패배 후 책임공방과 계파다툼에 매몰된 채 표류해온 것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개혁 동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도 긴장하고 있다. 4·24 재보선의 쟁점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 뒤 넉 달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불붙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치혁신 의지 또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기존 야권세력 이외에 여권 내 일부 중도세력도 신당에 합류할 개연성을 닫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걱정이다. 당내에 절대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가면서 당내 권력은 사실상 공백상태다.
야권은 안 전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등 유력 주자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종속된 것으로 비춰질 경우 자칫 정권재창출에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차기 주가 이른 시기에 나와서 당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했던 탓에 당시 출마했던 후보들은 모두 사실상 '들러리’로 전락했다. 기존의 유력 주자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은 대중적인 지지도 확산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느낌마저 줬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4월 재보선에서 여의도에 재입성할 경우 당이 무게중심을 잡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차기 주자로서의 행보로는 아직 검증된 적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 홍준표 경남도지사,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실장, 김태호 의원과 세대교체의 기수로 꼽히는 원희룡 전 의원, 남경필 의원 등도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대중적인 지지도나 당내 기반에 있어 야권 주자들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여권 관계자는 "5년의 출발점에서 이렇게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드물었다"면서 "당이 거수기를 한다는 인상을 계속 주고 차기 리더십이 나오지 않으면 10월 재보선, 지방선거 등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