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도 편법 증여 대처 강조...공정위 내부거래 자료 국세청 공유도 추진
앞으로는 대기업 오너 2,3세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를 불리는 등의 편법적인 증여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물린다. 감사원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편법 증여에 대한 실질적인 과세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편법 상속 및 증여에 대한 대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향후 편법 증여에 대한 과세가 강도높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 감사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 개정에 따라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뒤 원칙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증여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 상증법상 증여세 과세 대상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과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 등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관련 법령에 증여시기, 증여이익 산정 등과 관련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에 대해 사실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증여세 부과 업무를 방치해왔다. 또 세법 소관부처인 기재부 역시 이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판단할 사항이라며 소극적으로 법을 운영해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국세청과 기재부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적 방법으로 부를 이전받은 9개 업체의 주주들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는 등 총 22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2001년 2월 현대글로비스(당시 한국로지텍)를 설립한 뒤 그룹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을 활용, 계열사의 물류 관련 업무를 글로비스에 몰아주는 방법으로 재산을 이전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정 부회장은 당초 글로비스에 20억원을 출자하고도 현재 2조여원의 주식가치를 누리며 재산을 간접적으로 이전받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밖에 '일감 떼어주기' 사례도 적발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부인과 아들 가족 등에게 회사를 설립하게 한 뒤 2005년 4월 그룹에서 직영하던 영화관 롯데시네마 내 매장 등을 부인과 아들 가족의 회사에 낮은 가격으로 임대토록 했다. 이를 통해 부인과 아들 가족은 280억여원의 현금배당을 받고, 주가상승으로 782억여원의 이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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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정보를 이용해 손자 등의 재산을 불려준 사례도 드러났다. A그룹 회장은 2005년 6월 계열사의 산업단지 지정 및 개발사업 시행을 앞두고 손자 등 4명에게 127억원을 빌려주며 계열사 주식을 사게 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손자 등 4명은 주식을 팔아 1025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
또 감사 결과, B사의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회사 주식을 주고받은 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법정 할증률(20%)를 적용하지 않은 채 양도소득세를 신고, 납부한 것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서울 강남세무서장 등 7개 관련 세무서장에게 법정 할증률을 반영한 추가 양도세 84억여원을 징수하라고 시정요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재부, 국세청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동안 현금거래나 차명·은닉계좌, 편법 상속·증여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관계기관 간 금융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정보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가진 불공정거래 내역, 공정위가 가진 대주주 주식거래 정보나 비상장 계열사 내부거래 내역 등도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의 비상장 계열사 내부거래 자료 가운데 일부는 지금도 국세청이 활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더 포괄적이고 기초적인 자료까지 국세청과 공유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